[가톨릭대 공동기획-스테이케이션➌] “좋은 시설 아무 소용 없습니다”
[가톨릭대 공동기획-스테이케이션➌] “좋은 시설 아무 소용 없습니다”
  • 강서구 기자
  • 호수 409
  • 승인 2020.10.09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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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스테이케이션

층간소음, 주차문제, 층간흡연, 분리수거 등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씩은 경험했을 법한 문제들이다. 특히 층간소음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다. 가톨릭대 스테이케이션팀은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주민끼리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제시했다. 주장의 내용은 신선하다. “좋은 시설의 커뮤니티가 있다고 아파트 내 갈등이 없는 건 아닙니다. 시설보다 중요한 건 소통입니다.”

스테이케이션은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커뮤니티 활성화를 제시했다.[사진=천막사진관]
스테이케이션은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커뮤니티 활성화를 제시했다.[사진=천막사진관]

✚ 아파트 커뮤니티 활성화는 대학생이 접근하기엔 쉽지 않은 주제 아닌가요.
신주현 학생(이하 신주현) : “어려운 프로젝트라고 느끼진 않았어요. 팀원 대부분이 아파트에서 생활했어요. 아파트의 문제점을 직접 경험했고, 커뮤니티의 필요성에 공감했죠.”

권우영 학생(이하 권우영) : “주민 간에 벌어진 사소한 갈등이 큰 싸움으로 번져 경찰까지 출동한 일을 직접 봤어요. 세상에서 가장 편해야 할 집이 싸움터로 변한 셈이죠. 소통만 했다면 발생하지 않을 만큼 사소한 일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주민 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가진 이유죠.”

✚ 팀명을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라고 정한 이유인가요.
성원형 학생(이하 성원형) : “네. 스테이케이션은 휴가를 멀리 가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현상을 의미해요. 커뮤니티가 활성화하면 아파트(집)가 휴가를 보내는 것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담았어요.”

정성훈 학생(이하 정성훈) :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 흡연, 주차문제 등은 입주민 간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소통을 통해 아파트의 문제점을 해결하면 입주민의 유대감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죠.”

✚ 준비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권우영 : “물론 어려웠어요. 아파트 커뮤니티 활성화라는 목표는 있었지만 누굴 타깃으로 해야 하는지, 프로젝트를 진행할 아파트는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등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죠.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한 한국주택토지공사(LH)와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의 도움이 컸어요.”

✚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정성훈 : “LH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곳에서 활동하는 조성희 LH 마을 코디네이터가 우리 팀의 멘토 역할을 했죠. 다양한 자료는 물론 프로젝트 단계마다 필요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성원형 : “우리 팀이 커뮤니티 활성화 타깃으로 선정한 ‘젊은 부부가 많은 아파트’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고민할 때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의 도움을 받았어요. 부천시에서 젊은 부부의 비율이 높은 아파트 단지의 정보를 받아 사전 답사를 진행했어요.”

✚ 커뮤니티 활성화 대상을 30~40대 부부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주현 :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주민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파트 커뮤니티 성공사례를 분석해보니 젊은 부부, 아이가 있는 가구를 중심으로 한 활동이 많았어요. 젊은 부부가 많지 않은 아파트는 커뮤니티 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조성희 코디네이터의 조언도 조사 결과와 같았어요.”


✚ 답사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성원형 : “네, 저희가 대상 아파트 6곳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사가 가능하다고 답한 아파트는 1곳밖에 없었어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방문이 어렵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어요.”
신주현 : “신분 확인을 위해 학생증을 요구한 아파트도 있었죠. 코로나19 때문인지 외부인의 접근을 매우 꺼렸어요.”

✚ 아쉬움이 많이 남았겠네요.
권우영 : “그렇죠. 주민들이 원하는 커뮤니티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인터뷰와 설문조사가 필수적이었어요. 하지만 두 과정 모두 진행이 불가능했죠. 우리 팀도 코로나19 때문에 무리한 요청을 드리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큰 소득 없이 현장답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어요.”

✚ 아파트들의 커뮤니티 현황은 어떤가요.
정성훈 : “사전 조사에서 대부분의 아파트는 단지 내 커뮤니티가 없다고 답했어요. 답사를 진행한 곳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죠. 아파트 입주 초기에는 활성화됐지만 어느샌가 흐지부지됐더라고요. 커뮤니티 시설은 헬스장과 같은 운동시설이 주를 이뤘고, 독서실과 같은 시설은 이용률이 저조해 없어진 곳도 있었어요.”

신주원 : “한 아파트 관리소장을 인터뷰했는데, ‘여러 현실적 이유로 아파트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답을 했어요. 커뮤니티를 위해선 누군가 대표로 나서야 하는데, 각자 생활이 바쁘다보니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였죠.”
권우영 : “관리소와 주민 간 소통도 많지 않은 것 같았어요.”

✚ 프로젝트 막바지에 청년주택으로 주제를 바꾼 것도 이런 이유인가요.
성원형 : “현실적으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청년주택으로 주제를 바꾼 것은 우리가 같은 20대라는 이유였어요. 팀원 4명이 모두 자취를 하고 있어 무엇이 필요한지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었죠. 사실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프로젝트 마감까지 2주 정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어요.”


✚ 그럼 청년주택의 커뮤니티는 활성화돼 있었나요.
신주원 : “그렇지도 않았어요. 학생들이 생활하는 주거환경은 원룸 형태라 커뮤니티 시설을 마련하기 어려웠어요. LH의 도움을 받아 청년주택을 방문한 결과도 비슷했어요. 커뮤니티 시설을 운영할 만한 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혹여 있다고 하더라도 이용률이 매우 저조했죠.”

✚ 이유는 무엇인가요.
권우영 : “청년은 살고 있는 주거공간을 집이라기보단 잠깐 머물렀다 가는 곳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커요. 자신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바쁜 시간을 쪼개 커뮤니티에 참여할 이유가 없는 거죠.”

✚ 청년주택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제시한 방안은 어떤 것이 있나요.
신주원 : “혼자 살면 버려지는 식자재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공유냉장고와 안 쓰거나 남은 물건을 나눠 쓰는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아나바다 운동)’를 제시했죠. 비대면 활동으로는 채팅방 개설 등을 제안했어요.”

아나바다 운동은 외환위기가 터진 이듬해인 1998년 등장했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의 준말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자’는 게 취지다.

✚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를 마친 소감은 어떤가요.
정성훈 : “공간이 커뮤니티의 기본이란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아파트 등을 만들 땐 커뮤니티 공간을 비워놓고 입주 후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밟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주민끼리 필요한 공간을 함께 고민하는 게 커뮤니티의 시작일 수 있으니까요.”

신주현 :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라고 봐요. 아파트 커뮤니티 실패 사례 중 좋은 시설이 독毒이 된 곳도 있었어요. 과도한 시설 운용비가 되레 주민의 갈등을 키웠죠. 좋은 시설이 방치돼 있는 아파트도 많았죠. 청년주택의 상황도 비슷했어요.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췄어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무용지물이었죠.”

성원형 : “같은 의견이에요. 커뮤니티 시설이 입주민의 소통을 위해 필요한 건 맞지만 전부는 아니었어요. 이웃을 향한 작은 관심이 소통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권우영 : “100명 중 10~15명만 참여해도 성공한 커뮤니티 사례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가져오는 효과가 훨씬 크다는 걸 현장에서 실감했죠.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걸 느꼈어요.”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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