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7년, 한강은 한강다워졌나 
그의 7년, 한강은 한강다워졌나 
  • 김다린 기자
  • 호수 293
  • 승인 2018.06.22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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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박원순 시장과 한강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이슈는 ‘한강’이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개발 결과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과도한 토목공사 위주의 전시성 사업이란 비판이 주를 이뤘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도 “인간의 간섭은 줄이고 자연적인 환경회복이 필요하다”며 일침을 가했다. ‘한강의 재자연화’를 약속한 박 시장은 3연속 서울시의 수장이 됐다. 박 시장의 7년 재임 동안 한강은 한강다워졌을까. 

박원순 시장의 한강은 여전히 복원과 개발의 기로에 서있다.[사진=뉴시스]
박원순 시장의 한강은 여전히 복원과 개발의 기로에 서있다.[사진=뉴시스]

서울시가 사상 최초로 ‘3선 시장’을 맞는다. 그간 박원순 시장이 진행하던 도시개발 사업은 그대로 연장ㆍ확장될 공산이 크다. 파트너도 늘었다. 6ㆍ13 지방선거에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싹쓸이 한 덕분이다.

가장 주목받는 도시개발 사업은 ‘한강 프로젝트’다. 박 시장은 “한강의 경관은 시민 모두 누려야 할 공공재”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강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서울시의 플랜은 박 시장의 이런 철학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박 시장은 과거와 다른 한강 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이를 밀어붙였다. 핵심은 서울 한강을 과거의 건강한 자연 상태로 되돌리자는 거였다. 

박 시장은 2013년 ‘큰 고니 날아오르고 아이들 멱 감는 한강’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한강의 과거는 지금과 달랐다. 1950년대만 해도 한강 곳곳에는 모래벌판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깨끗한 물은 그냥 마셔도 됐다.

한강이 오늘날 모습으로 변한 건 1960년대부터다. 서울시는 1967년 ‘한강개발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밤섬을 폭파해 여의도를 개발하고, 강변도로를 만들었다. 압구정, 반포, 잠실지구 등에 있던 공유수면을 흙으로 덮어 대규모 택지지구를 조성했다. 한강 이남 지역을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다. ‘강남 불패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88 서울올림픽’은 한강개발의 기폭제가 됐다.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자 한강을 정비하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총 사업비 9560억원에 이르는 ‘한강종합개발’이 수립됐다. 강변도로는 더 넓어져 ‘올림픽대로’가 됐다. 수로 정비를 통해 한강변 양쪽 13개 지구에 콘크리트로 뒤덮인 고수부지가 조성됐다. 그사이 한강은 구불구불한 자연하천의 모습을 잃고 인공의 구조물로 뒤덮였다.

‘3세대 한강개발’은 이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07년 발표한 ‘한강 르네상스’ 계획이다. 한강변을 문화ㆍ생태ㆍ관광벨트로 전환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한강을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고, 관광 콘텐트도 늘리겠다는 계획에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 목적을 잃었다. 되레 한강의 외관 가꾸기에만 치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뚝섬 한강공원’ ‘세빛둥둥섬’ ‘여의도 요트마리나’ ‘한강유람선 아라호’ ‘수상택시’ 등이 대표적이다.

불투명한 한강의 청사진

2011년, 새롭게 서울시청의 주인이 된 박 시장은 ‘개발주의와 단절’을 선언했다. 한강 르네상스를 두고도 “계획단계에서부터 자연스러운 자연의 흐름을 반영하지 않고 무시한 셈”이라며 비난했다. 대신 방점을 찍은 건 ‘한강의 자연성 회복 추진’이다. 2013년엔 녹지 확대, 물길 회복을 강조한 ‘2030 한강 자연성 회복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제동이 걸렸다. 한강을 중요 관광자원으로 보고 있던 박근혜 정부 때문이다. 줄다리기를 하던 시와 정부는 타협안을 내놨다. 2015년 8월 발표된 ‘한강 자연성 회복 및 관광자원화 추진방안(한강협력계획)’이다. 이 방안은 ‘생태환경개선 사업(이촌 자연성 회복 및 하안, 한강숲 조성 등)’ ‘도시기능개선(통합선착장, 피어데크, 여의테라스, 교통수단확충 등)’ ‘도시활력창출(복합문화시설, 밤섬 생태관찰데크 등)’ 등 3개 부문 22개 사업에 3981억원을 투입하는 게 골자다. 복원과 관광,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투 트랙 전략이었다.

하지만 3년이 흐른 지금, 시민사회에서는 박 시장의 한강 정책을 두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강협력계획이 복원보다 관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때 발표한 개발계획을 지금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팀장은 “한강협력개발은 박근혜 정부가 관광콘텐트 진흥을 목적으로 어정쩡하고 헐겁게 짠 계획”이라면서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은 굳이 이 계획을 밀어붙일 이유가 없는 데도 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비판을 받는 더 큰 이유도 있다. 박 시장이 주도해서 펼친 한강사업마저 애초에 약속한 ‘한강 복원’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노들섬 특화공간 조성사업’, 서울시 명소를 브랜드화 한 ‘잘생겼다20’에 선정된 ‘한강함상공원’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2월 발표한 ‘여의나루 개발계획’ 역시 같은 맥락이다. 서울시 최초의 통합 선착장인 ‘여의나루’를 만들고, 수변 상업시설을 갖춘 ‘여의정’과 식당ㆍ카페ㆍ판매시설인 ‘여의마루’와 복합문화센터인 ‘아리문화센터’도 짓는 이 계획엔 2019년까지 1931억원이란 막대한 돈을 쏟는다.

복원 멀어지는 한강

한봉호 서울시립대(조경학) 교수는 “박 시장이 처음 약속한 자연성 회복 기본계획이 관광자원화로 둔갑됐다”면서 “시민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한강공원이 되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3선 서울시장이 된 박 시장에겐 요원한 일일 공산이 크다. 그의 이번 지방선거 공약에는 ‘한강’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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