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가 최근 열렸다. 주최 측 추산으론 3만여명의 구직자가 찾았다. 하지만 구직자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젊은층은 ‘일할 만한 직종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년퇴직자는 ‘젊은이에게만 기회가 있는 것 같다’는 까닭으로 불만을 내비친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출발이 상큼하지 않다.

이날 박람회에는 삼성ㆍ롯데ㆍ신세계ㆍCJ 등 10개 그룹이 참여해 연구개발ㆍ사무ㆍ서비스ㆍ영업ㆍ번역 등 150여개 직종의 인재채용상담을 진행했다.
삼성그룹의 행사부스를 서성이던 57세 퇴직남성은 “삼성에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별로 없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봤지만 상담은 끝났고 더 둘러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 똑같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해선 “딱 받은 느낌이 ‘기획상품이거나 이벤트성이구나’였다”며 “실제로 기업들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적극 도입할지 신뢰도, 기대도 없다”고 말했다.


초등생 자녀가 있다는 또 다른 여성(39)은 “11월 셋째주에 정보를 접했다”며 “구직 공부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하지만 “이번이 처음이니까 경쟁률이 낮지 않을까 싶다”며 초조함과 기대감을 함께 내비쳤다.
김민철(가명ㆍ65)씨는 “노후에 집에서 노는 것보다는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고 경제력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시직을 알아보러 왔다”며 “이전에는 LH 등 시니어 사원 뽑는 곳에서 일을 한 적이 있지만 나이가 많아서 뽑아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던 50대 후반의 남성은 “상담 창구 직원도 이후의 구체적 일정을 잡지 못하더라”며 “그룹별로 언제까지 뽑는지만 나와있고 일정에 대해서만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젊은층을 뽑으려한다더라”며 씁쓸하게 말한 뒤 “안될 가능성이 많다며 나중에 연락 없으면 떨어진 것”이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번역직 일자리를 찾아 왔다는 한 50대 초반 여성은 박람회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막상 (번역직 채용하는) LG에 가보니 근무지가 대전이라더라. 현 상황에서는 조건이 맞지 않아 상담도 포기했다. 다른 기업 부스에 가보려는데 신세계는 이미 모든 분야 상담이 마감됐고 다른 부스도 대기인수가 너무 많았다.”
이날 박람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됐다. 주최측은 약 3만명의 경력단절 여성과 중장년층 구직자가 채용박람회에 방문한 것으로 추산했지만 문제는 얼마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느냐다. 지금은 ‘숫자’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임종명 뉴시스 기자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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