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로 흥하려다 수수료에 발목잡혀
수수료로 흥하려다 수수료에 발목잡혀
  • 강서구 기자
  • 호수 69
  • 승인 2013.11.29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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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에 빨간불 켜진 이유
▲ 실적부진의 영향으로 증권회사의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벌써 한파가 몰아쳤다. 실적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정부까지 나서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있어, 증권사의 연쇄적인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 빨간불이 켜진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변화에 둔감했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형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김진우(가명ㆍ38)씨는 최근 걱정이 늘었다. 증권업계의 실적부진이 이어지면서 구조조정이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대형 증권사가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씨는 “다른 증권사의 구조조정 소식이 들릴 때마다 회사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다”며 “회사측의 특별한 이야기는 없지만 수익성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업계의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2013회계연도 상반기(13년 4월~9월) 증권회사 영업실적(잠정)발표에 따르면 상반기 증권회사의 당기순이익은 2516억원으로 전년 동기 6745억원에 비해 4229억원이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516억원으로 전년 동기 6745억원에 비해 62.6%가 감소했다. 전체 62개의 증권회사 가운데 적자를 기록한 회사는 26개사에 달했다.

투자은행으로 지정된 5곳의 대형증권사도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KDB대우증권은 2분기 연결기준 52억48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의 19억7900만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 손실액도 31억8100만원을 기록했고 매출액은 1조1306억원에서 1조514억원으로 7% 줄어들었다. 현대증권의 실적도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은 235억8300만원 적자를 보였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4.3%, 76.9% 감소한 4035억600만원과 36억2300만원을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적자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은 크게 줄었다. 당기순이익 128억원과 영업이익 163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357억4000만원과 영업이익 446억4000만원에 비해 각각 64.2%와 63.3% 감소했다.

 
삼성증권도 당기순이익이 209억5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647억8900만원보다 67.7%가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96억8200만원으로 66.9%가 줄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형증권사 중에서 제일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298억1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2%가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46억6200만원으로 12.8%가 줄었다. 영업이익이 줄어들긴 했지만 5곳의 대형증권사 가운데 가장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다른 유명 증권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신한금융투자증권ㆍKB투자증권ㆍ미래에셋증권 등의 증권사는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증권사 영업 실적 부진의 원인을 위탁판매에 중심의 사업구조에 있다고 꼬집었다. 증권사가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고 기존의 영업 방법을 고수했다는 얘기다. 또한 장기 침체의 영향으로 증권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투자자가 줄어들었다는 점도 증권사의 실적 부진에 한몫했다.

실적부진에 빠진 증권업계

증권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실질소득이 나빠진 개인투자자가 증권투자를 줄이고 있다”며 “하지만 증권업계는 여전히 위탁매매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60여개의 증권사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런 경쟁이 각 증권사의 수익성을 급격하게 떨어뜨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 신제윤 금융위원장은“부실 증권사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관계자는 “개인투자자가 증권 투자를 포기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어 증권사의 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대형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양극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줄어든 고객이 안정적인 대형증권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별한 강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탁판매 위주의 영업에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매매수수료를 경쟁적으로 낮춘 것이 결국 독이 됐다는 얘기다. 게다가 홈트레이딩 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증권사를 통한 매매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실적 부진의 원인이라는 의견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시장에서 HTS와 MTS의 거래 비중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코스피에서 HTS와 MTS를 통해 이뤄진 투자자의 거래금액 비중은 40.37%에 달한다. 이 수치는 코스닥 시장에서 더욱 높게 나타났다. 코스닥 시장에서의 HTS와 MTS 거래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각 61.73%와 17.18%로 78.91%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직원은 “직원을 통한 주식 매매 비중이 줄고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투자 회전율이 빨라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개인투자자의 온라인 시스템 이용률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부진에 빠진 증권사가 뽑아든 카드는 구조조정이다. 인력과 기구를 축소해 부진의 영향을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7월 과장과 대리급의 직원 100여명의 직원을 계열사와 관계사로 전환 배치했다. 최근에는 더 큰 규모의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KTB증권은 10월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 직원의 20%에 달하는 100여명의 직원을 정리했다.

SK증권은 조직개편과 함께 11월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결정했다. SK증권의 희망퇴직은 3년차 이상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더 큰 규모의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증권사도 있다. 한화 투자증권은 1600여명의 25%에 해당하는 450명의 인원을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내년 리테일(증권매매ㆍ중개) 사업부문에서 적자가 발생할 경우 다시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란 방침을 세웠다.

 
실적 부진에 빠진 증권업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수수료 중심의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위탁판매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품을 찾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며 “해외 시장 공략과 펀드 시장, 자산관리 등의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과 기구를 줄이고 비용절감을 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증권 영업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그에 맞는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에 부는 구조조정 바람

하지만 당분간 증권업계는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당국의 방침도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투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증권회사 인수ㆍ합병(M&A) 촉진을 위해 인수ㆍ합병을 추진하는 회사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이다”며 “하지만 경영이 부실한 증권사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적부진과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증권업계는 이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까지 나서서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건전성을 회복하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영업능력이 타격을 입지는 않을지 걱정이다”고 입을 모았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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