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정사업본부가 대출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자산은 상당한데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문제는 부동산대출시장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보험업계는 출혈경쟁이 빚어지고 있는 부동산대출시장이 더 혼탁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보험 대출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보험계약대출 가능금액을 상향조정할 계획이다. 부동산담보대출 상품개발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우체국 예금ㆍ보험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11월 7일 입법예고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가입자가 자신의 보험계약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상품이다. 일정 기간 보험을 유지했을 때 적립된 해약환급금의 일부를 대출해 주는 제도다. 보험회사의 가장 일반적인 대출방법이다. 보험계약대출은 대출 수수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신용조회나 제출서류 없이 대출이 가능하다. 보험계약 만기일까지 자유롭게 상환할 수 있고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다. 보험사로선 대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보험계약대출 한도는 환급가능금액의 80% 수준이다. 일반 보험사의 한도보다 10~15% 적다. 이 한도를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계산이다. 더 많은 돈을 대출해주겠다는 것이다. 우정
사업본부 관계자는 “입법예고가 됐지만 정확한 시행시기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사업성을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보험사와 경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우체국 보험가입자의 대부분이 서민층이기 때문에 서민 대출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보험사들도 우정사업본부의 보험계약 대출한도 전략에 대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보험사와 달리 우체국 보험은 한도가 400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다른 보험사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대출시장 노리는 우정사업 본부
민간 보험사가 정작 우려하는 점은 우정사업본부가 부동산담보대출 등 대출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부동산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연구용역까지 진행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건 사실”이라며 “부동산대출시장 규모와 민간 보험사의 대출현황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보험사가 담보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사업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이다”며 “구체적인 전략이 나온 상황은 아니고 내부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가 대출사업을 늘리려는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다. 저금리 기조 탓에 45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굴릴 곳이 없다는 얘기다. 은행에 예치하거나 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지만 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으로 변액보험ㆍ퇴직연금ㆍ손해보험 등의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사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모두 대출상품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체국 보험이 대출사업을 확대할 경우 관련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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