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를 상승시킨 유동성, 버블의 주범
ME를 상승시킨 유동성, 버블의 주범
  • 이대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 호수 69
  • 승인 2013.11.25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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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익스팬션 시대의 관전 포인트

▲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의 증시를 중심으로 멀티플익스펜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글로벌 증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부 국제금융전문가는 ‘멀티플익스팬션(Multiple Expansion)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하지만 멀티플익스팬션을 견인하는 변수가 무엇인지 가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익성장률이 아닌 유동성이 끌어올린 멀티플익스팬션은 ‘거품’을 의미해서다.

멀티플익스팬션이란 주가가 싼지 비싼지를 가늠할 때 가격 대비 수익률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멀티플익스팬션이 낮을수록 주가가 싸다는 의미로, 상승여력이 남아 있어 투자가치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2011년 남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미국ㆍ유럽ㆍ일본 등은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쏟아 부었다. 막대한 유동성 공급의 목적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였다. 돈을 풀어 부동산ㆍ주식 등의 자산가격을 끌어올려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나타나면 이것이 가계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풀려나간 돈은 실물시장이 아닌 자산시장으로 유입됐다. 그 결과 주식의 멀티플익스팬션(Multiple Expansion)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은 이른바 멀티플익스팬션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참고: 여기서 얘기하는 멀티플익스팬션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지수의 상승에서 펀더멘털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멀티플익스팬션에 의한 상승으로 가정했다.]

미국ㆍ일본ㆍ독일ㆍ프랑스ㆍ영국 등의 선진국은 이미 멀티플익스팬션이 진행되고 있다. 양적완화의 주체로 엄청난 규모의 돈을 풀어내고 있는 국가의 주가가 많이 상승했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 들어 주가 상승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지금의 멀티플익스팬션 시대로 진입하게 만든 국가다.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고 자산가격의 상승과 부의 효과에 따른 소비증가를 이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일단 미국은 자산가격을 끌어올리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미국 주식은 이익성장률(Earning Growth)의 힘으로 성장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동성 공급을 통해 주가상승이 이뤄진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지금 미국이 꾀하고 있는 멀티플익스팬션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버블 시기에 극대화됐다. 현재는 1990년대의 70~80% 수준에서 멀티플익스팬션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부양을 통해 1990년대 후반과 같은 자산 버블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것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목적인 것이다.

 
아베노믹스를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한 일본도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 연간 성장률(12mF EPS YoY Growth)이 상승하면서 멀티플익스팬션이 진행되고 있다. 주가 상승과 함께 경기부양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멀티플익스팬션 시대의 도래

유럽의 멀티플익스팬션도 미국에 뒤지지 않는 모습이다. 몇몇 유럽국가의 재정위기 이후 유럽도 유동성 공급에 동참했다. 유럽국가 중 가장 경제 상황이 좋은 독일은 멀티플익스팬션이 한창 진행 중이다. 특히 유럽의 국가는 이익 성장률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멀티플익스팬션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자산가격의 상승이 아직 가계소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독일ㆍ프랑스ㆍ영국 모두 아시아 버블이 있었던 1990년대 후반 강한 멀티플익스팬션을 경험했다. 당시 아시아 국가는 외환위기를 겪고 있었지만 선진국은 아시아 국가의 외환위기를 바탕으로 기업 이익이 상승하면서 멀티플익스팬션도 진행됐다.

이처럼 선진국은 현재 1990년대 후반의 멀티플익스팬션을 다시 경험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 국면을 제외하면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높은 멀티플익스팬션이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선진국만큼은 아니지만 아시아 이머징 국가에서도 멀티플익스팬션이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과의 차이점은 강도가 약하고 방향성이 상향이 아닌 하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2000년대 초중반 높은 이익성장률을 바탕으로 멀티플익스팬션이 이뤄진 곳으로 이머징 국가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인도는 2003년 9월부터 2008년 10월까지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 연간 성장률은 평균 2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년 동월 대비 주가변화율(Index YOY Change)은 평균 37.8%가 상승했다. 최근 사상 최고가를 돌파한 인도는 이익성장률과 멀티플익스팬션의 수준은 상당히 낮아진 상황이다. 인도 역시 양적완화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인도와 매우 비슷한 모습이다. 2003년 12월부터 2008년 5월까지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 연간 성장률은 평균 25.9% 성장했고 전년 동월 대비 주가변화율은 평균 45.2% 상승했다. 25%대의 이익성장률과 20%대의 멀티플익스팬션을 기록하며 인도보다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익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어 멀티플익스팬션만 남은 상황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은 5.6%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태국은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다. 이에 따라 다른 아시아 이머징 국가에 비해 오랜 기간 심각한 이익성장률 하락을 경험했다. 2010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주가상승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태국 역시 최근 이익성장률이 둔화되고 멀티플익스팬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2012년 이후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는 펀더멘털의 성장이 거의 없거나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주가의 상승은 모두 멀티플익스팬션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 증시에만 없는 멀티플익스팬션

하지만 선진국과 아시아 이머징 국가 중 한국에서만 멀티플익스팬션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이익성장률은 유럽국가보다 높고 인도네시아ㆍ인도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 풀린 유동성 규모를 감안할 때 한국에서만 멀티플익스팬션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 다만 올 하반기부터 진행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한국에서도 멀티플익스팬션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주고 있다. 또한 원화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주가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원화강세는 한국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국내 증시에서도 올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를 거치면서 멀티플익스펜션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멀티플익스팬션이 진행된 다음에 이익성장률의 상승세가 나타나는 선순환 구조가 일반적인 주가상승의 진행방향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선 멀티플익스팬션 추세가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올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를 거치면서 국내 코스피 증시에서도 멀티플익스팬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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