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 저축은행 5곳의 DNA

저축은행 업계가 위기다. 금융감독당국이 부실저축은행에 메스를 댔음에도 부실은 털리지 않고 이미지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위기를 딛고 ‘흑자행진’을 벌이는 저축은행들도 있다. 대명ㆍ민국ㆍ센트럴ㆍ스카이ㆍ진주저축은행 등 5개 저축은행이다. 이들의 위기탈출 히든카드는 ‘기본’이다.
저축은행의 전신은 ‘상호신용금고’였다. 제1금융권의 문턱을 넘기 버거운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탄생했다. 2002년 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꾼 상호신용금고는 제2금융권임에도 사용자의 신뢰를 얻었다. 상호신용금고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 취급하는 업무에 맞는 명칭으로 바꾼 것이 주효했다.
이런 저축은행의 위기가 날로 깊어지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 무더기 영업정지 사태 이후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만 해도 28개. 앞으로 2개가 더 영업정지 폭풍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금융감독당국의 강도 높은 부실저축은행 정리에도 저축은행업계의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3회계년도 1분기(6~9월) 저축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91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손실은 960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3236억원)보다 손실폭이 줄어든 건 다행이지만 문제는 다른데 있다. 부실개선과 영업이익 증가로 손실폭이 감소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산건전성 역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9월 현재 대출연체율은 23%로, 6월말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개인신용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2.5%포인트 치솟았다. 그 결과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은 9월 현재 21.5%로, 6월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하는 8개 가교저축은행의 상태는 더 심각하다. 예보가 민병두 민주당(정무위원회)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유지되거나 매각된 가교저축은행의 총 손실액은 1299억원에 달했다. 이 손실액은 영업정지 이전 적자분을 정리하기 위해 예보가 출연ㆍ출자한 금액을 제외한 것이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최근엔 금융감독당국이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해 체면을 구겼다. 제2금융권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운영해 부실의 늪에 빠진 저축은행은 없다”며 “저축은행 업계 스스로 고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업계의 규모가 지나치게 축소돼 저축은행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지는 않을지 우려된다”며 한탄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저축은행도 있다. 9월 10일 열린 저축은행중앙회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금융위원장ㆍ금융감독원의 표창을 받은 대명ㆍ민국ㆍ센트럴ㆍ스카이ㆍ진주저축은행 등 5개 저축은행이다. 이들 저축은행은 규모보단 내실에 치중하면서 난관을 정면돌파하고 있다.
날로 나빠지는 저축은행 자산건전성
충북 제천에 있는 ‘대명상호저축은행’은 지점 2곳에 직원수는 38명에 불과하다. 자산은 올 6말 기준 1390억원으로 작은 저축은행이다. 하지만 이 저축은행은 42년 연속 흑자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규모를 늘리는 대신 지역은행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대명상호저축은행은 그 흔한 PF대출을 하지 않았다.
수익은 작지만 제천지역의 중소기업과 서민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쳤다. 그 결과 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과 대출연체비율은 4.67%, 4.71%에 머룰러 있다. 대명상호저축은행 관계자는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 안정적 운영을 추구했다”며 “지역밀착형 영업이 유효했다”고 말했다.

김태균 민국저축은행(기획팀) 차장은 “신용대출의 경우 최소 1000억원 이상을 운영해야 이윤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전략적인 상품을 팔기보단 안정적인 대출전략을 사용한 게 알찬 열매를 맺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국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4190억원, 부실채권비율은 12.39%다.
스카이저축은행과 진주저축은행도 지역밀착형경영을 바탕으로 흑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대출 모집인이 아닌 고객을 활용한 ‘네트워크 경영’이 빛을 발했다. 기존 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추천하는 방식이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꼼꼼한 고객관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방법이다.

외형 키우다 부실의 늪에 빠져
센트럴 저축은행은 규모가 가장 작다. 총 자산은 944억원, 임직원수는 16명, 점포는 1곳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흑자경영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데 이어 올해도 9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자기자본비율(BIS)은 35.36%로, 저축은행 평균 10.44% 보다 3배이상 높다.
김형동 센트럴저축은행 차장은 “특별한 전략보다는 발로 뛰는 영업이 유효했다”며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예금자의 예금을 보호하는 내실경영 때문에 이익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의 위기상황에도 ‘나홀로 수익’을 내는 저축은행의 경영방침은 엇비슷했다. 외형 키우기를 지양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충실했다. 앞으로의 전략도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김희선 진주저축은행 차장은 “저축은행 본연의 모습을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한 전략”이라며 “조직의 체계나 수준에 맞는 경영을 통해 전략적 지역금융기관으로 자리를 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저축은행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축은행이 만들어진 취지에 집중해야 한다”며 “서민금융과 지역금융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해야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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