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무너진 계열분리 플랜
불황에 무너진 계열분리 플랜
  • 박용선 기자
  • 호수 66
  • 승인 2013.11.07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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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에 손 벌린 한진해운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으로부터 1500억원을 차입했다. 대신 지주사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지분(15.36%)을 담보로 제공했다. 이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에게 중요한 지분이다. 만약 차입금을 변제하지 못한다면 최 회장의 ‘계열분리 계획’이 한순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으로부터 1500억원을 차입했다.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으로부터 긴급수혈을 받는다. 한진해운은 10월 30일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자사 지분(36.56%) 중 1920만6146주(15.36%)를 대한항공에 담보로 제공하고, 1500억원을 차입해 한진해운에 대여한다고 밝혔다. 담보기간은 10월 31일부터 1년이고, 이자율은 5.6%다. 한진해운은 이번 대한항공의 지원과 자사 자구책으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관계가 미묘하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과 같은 ‘한진’ 계열이지만 그룹에서 분리를 준비하고 있다. 2009년 투자사업부문인 한진해운홀딩스와 해운사업부문인 한진해운으로 분할한 것도 이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아닌 최은영 회장이 한진해운의 경영을 맡고 있다. 다른 그룹의 계열사 독립 경영과는 거리가 있다. 재계에선 두 회사를 같은 계열로 보기 보다는 서로 견제하는 대립적인 위치로 보는 견해가 많다. 아예 다른 계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 회장과 조 회장은 제수와 시아주버니 관계다.

현재 최은영 회장 측은 한진해운의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의 지분 26.49%를 보유하고 있다. 최은영 회장이 7.13%, 두 딸이 각각 4.73%, 양현재단이 9.9%를 지니고 있고, 프라임밸류(10.93%)와 힐스타에셋(9.23%) 등이 우호세력으로 있다. 조양호 회장 측은 대한항공(16.71%)과 한국공항(10.7%), 한진(0.04%)을 통해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27.45%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운업계 불황이 오면서 상황이 변했다. 5년간의 침체기를 버티던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이다.

한진해운은 올 상반기 14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1435억원, 2011년에는 5145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775%에 달한다. 자본금은 1조2911억원 수준이지만 부채 규모는 10조원에 이른다. 총차입금은 2011년 7조3000억원에서 6월 말 9조원으로 불어났다.

재무 상태가 악화되다 보니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쉽지 않다. 한진해운은 올 연말까지 2500억원, 내년에는 3900억원의 채무 만기가 도래한다. 결국 최은영 회장이 ‘마지막 수단’으로 조양호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특히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의 지분 15.36%를 담보로 제공한 것은 의미가 크다. 경영권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진해운이 1500억원을 변제하지 못한다면 계열분리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조양호 회장 측에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높여주는 셈이 된다.

최은영 회장, 15.36% 찾을 수 있을까

이 때문에 최은영 회장이 계획하고 있는 ‘한진해운의 계열분리’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진해운은 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진그룹이 대한항공을 통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최은영 회장 측의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이 희석되고, 조양호 회장 측 지분율이 올라가 최악의 경우에는 경영권을 조양호 회장에게 넘겨줄 수도 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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