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공연은 10월 1일, 3일, 5일에 걸쳐 열렸다. 총 공연시간은 5시간35분에 달했다. 공연은 무척 타이트하게 진행됐다. 1막 95분 공연 후 저녁식사 시간을 겸한 휴식시간이 1시간, 2막 70분에 휴식시간 20분, 3막은 80분으로 4시간에 시작해서 9시35분에 끝나는 대작이었다. 바그너 음악의 명장으로 불리는 로타 차그로섹 지휘자가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했는데, 바그너의 음악을 섬세하면서도 신비롭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예수의 피를 받은 성배를 지키는 암포르타스 왕(바리톤 김동섭)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마법사 클링조르(바리톤 양준모)의 사주를 받은 여인 쿤드리(메조소프라노 이본 네프)의 유혹에 빠져 성창(예수를 찌른 창)을 뺏기고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어떤 약을 써도 낫지 않고, 심지어 죽을 수도 없다. 암포르타스를 따르던 성배 기사단도 무너지고 있었다. 원로 기사 구르네만츠(베이스 연광철)는 한숨을 쉬며 ‘연민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순수한 바보’만이 왕을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때 백조를 쏜 파르지팔(테너 크리스토퍼 벤트리스)이 붙잡혀 온다. 그는 왜 이곳에 왔는지, 자기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탄호이저’를 여섯 시즌 동안 공연하며 화려한 색채감과 입체적인 디자인으로 호평 받은 실력파 연출가 겸 디자이너 필립 아흘로가 ‘파르지팔’에 담겨 있는 예술적 가치를 한차원 끌어올렸다. 특히 생명의 상징인 나무와 거울 등 무대장치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완벽했다. 배우의 의장도 ‘파르지팔’을 살려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호평을 이끌어냈다. 오페라의 성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Bayreuth Fes tspiele)’에서 ‘최고의 바그너 가수’로 호평 받고 있는 베이스 연광철은 아름답고 안정감 있는 노래로 자신이 맡은 구르네만즈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쿤드리역의 이본 네프와 파르지팔역의 크리스토퍼 벤트리스가 부르는 노래는 마음 속 갈등과 싸우는 감정을 그대로 느끼게 할 만큼 명장면이었다. 클링조르역을 맡은 양준모의 노래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대도 돋보였다.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일품이다. 2막에서 붉은색으로 물든 꽃처녀들의 정원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각 막의 중반부터 서서히 위용을 뽐내는 거울은 무대를 압도했다. 무대 뒤편 전면에 설치된 이 거울은 스모그가 걷히는 막의 중간부터 약 30도 이상 앞으로 기울며 무대 전체를 비춘다. 무대 구석구석을 보여주고, 관객의 시야를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인물의 동선과 심정을 또 다른 방식으로 투영해 입체감을 준다. 이런 무대장치는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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