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라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하지만 이 사업은 대주주간 갈등과 사업성 논란 등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한 끝에 6년 만에 결국 백지화됐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사업시행자 지정이 취소된 10월 10일, 용산을 가봤다. 그곳엔 침묵과 갈등만 흘렀다.

건물들은 오랫동안 손보지 않은 흔적이 역력 했고 주택가는 사람이 살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골목 어귀에 있는 부동산에는 ‘용산 재개발 문의’라는 글귀만 남아있었다. 사무실 안에는 ‘드림 허브 세계중심의 꿈’이란 빛바랜 조감도만 걸려 있다. 부동산 업자 박모씨는 “저 조감도를 걸어 놓은지 벌써 몇 년 전인지 모르겠다”며 “이제 다 끝이지 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몇년간 개발 보상금을 기다리며 장사를 접었다가 최근 다시 영업을 시작한 중국집 사장 이만근(가명)씨는 “보상금을 기다리고 가만히 있던 내가 어리석었고 과욕이었던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이건 나라가 사기 친 게 아니고 무엇이냐”며 토로했다. 그는 “개발 된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새롭게 살아볼 수 있을까 싶어 기대를 많이 했었다”며 아쉬워했다.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주민ㆍ상인 중 많은 사람은 개발에 대한 보상심리로 대출을 받았다가 높은 이자율을 감당하지 못해 빚을 졌다. 집이나 가게가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보상금을 기대하고 대출을 받았다가 결국 빚만 떠안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슈퍼를 운영하던 50대 가장이 보상은 물거품 되고 빚만 잔뜩 떠안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번과 빌라 주민들은 생계형 주민이 많아 소송비용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며 “집단소송의 경우 보통 2~3년은 걸려 비용대비 결과를 확인하지 못해 소송에 쉽게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가 골목을 벗어나자 서부이촌동 일대의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이곳 역시 조용하긴 마찬가지다. 단지 입구에는 이날 서울시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정반대의 현수막이 걸릴 정도로 지난 6년간 서부이촌동 주민 간 갈등의 골은 깊었다. 주민들은 예상했던 일이라는 듯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개발사업과 관련한 질문에는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뜨기 바빴다.
목공소를 운영하는 김일근(가명)씨는 “개발계획이 발표되고 7년간 헌집을 수리한다는 사람이 없어 목공소를 닫으려고 했다”며 “이제야 개발이 무산됐다는 사실을 알고 주민들이 하나 둘씩 공사를 의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고 사과하는 사람이 없어 더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홍세희 뉴시스 기자 hong19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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