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다음으로 아름다운 소리
침묵 다음으로 아름다운 소리
  • 최진배 국제예술대학교 전임교수
  • 호수 62
  • 승인 2013.10.11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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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배의 音樂別曲
▲ 악기 본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진짜 소리를 잊고 있다. 심지어 개구리 소리도 직접 듣기 힘들어 추출해 들으니 말이다. 무엇이 진짜 소리인지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진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앰프를 사용하지 않은 연주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음악은 항상 음향 장비가 있어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사람의 귀가 그만큼 크면서도 자극적인 소리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화학조미료에 익숙해서 본연의 기능을 잃은 우리의 입맛처럼 말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큰 공연장에서도 많은 사람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큰 스피커, 좋은 마이크, 악기의 앰프 등 음악의 소리를 크고 또렷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제품은 계속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사람들이 스피커에서 나오는 증폭된 소리가 진짜 소리라고 착각해 그 정도의 크기가 아니라면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중은 더욱 큰 자극을 원한다.

어쿠스틱 악기를 이용하는 클래식이나 재즈, 국악 음악은 자극적인 소리에 익숙해져 있는 대중에게 심심한 음악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우리 속담에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일 것이다. 그놈은 계속 더 큰 소리를 질러야 할 것이고, 곧 소음으로 변해 누군가로부터 ‘좀 조용히 해’라는 불평을 듣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진짜 소리를 잊고 있다. 심지어 개구리 소리도 직접 듣기 힘들어 추출해 들으니 말이다. 무엇이 진짜 소리인지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진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필자가 속해있는 ‘프렐류드’라는 재즈팀에서 콘서트를 열 때 가끔 하는 것이 있다. 모든 음향기기를 끄고 한곡을 연주하는 것이다. 피아노ㆍ색소폰ㆍ콘트라베이스ㆍ드럼 등이 음향기기를 거치지 않은채 생소리를 낸다. ‘잘 들릴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연을 참석한 관객은 이 연주가 제일 좋았다고 이야기하며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꼽기도 한다.

음의 시작과 끝을 들어봤으면 …

연주가 충격적이었다고 말한 관객도 있다. 평생 음악은 스피커를 통해서만 듣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이벤트는 공연장의 소리를 잘 잡아내지 못한 음향 기술자에 대한 반기였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악기의 소리가 너무 왜곡돼 있다고 느껴져 모든 음향기기를 꺼달라고 했던 것이다.
 
사실 인간의 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훌륭해 스피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스피커를 통하면 원하는 소리나 원하지 않는 소리를 조절하기 위해 특정 주파수를 조작하기 때문에 온전한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다.

주위에 피아노나 기타와 같은 어쿠스틱 악기가 있다면 하나의 음을 내고, 그 음이 사라질 때까지 들어보는 것을 권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음의 시작과 끝을 들어본 적 없을 것이다. 악기에 있는 모든 음을 이렇게 들어보면 그 악기 본연의 소리를 알게 된다. 그 음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ECM(Europe an contemporary muisc)이라는 레코드 회사가 한국을 방문해 공연과 전시회를 가졌다. 이 회사가 추구하는 음악과 소리에 대한 철학은 ‘침묵 다음으로 아름다운 소리’이다. 화려한 음악보다는 악기 본연의 소리를 담으려는 철학이 깃들어 있다. ECM에서 발매하는 앨범은 소리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곡이 많다.

하지만 이것 역시 기계를 거친 음악이다. 가장 좋은 소리는 악기를 통해 듣는 것이다. 큰 규모의 공연도 좋지만 악기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작은 규모의 클래식이나 재즈 혹은 국악 공연을 찾아가 악기 소리에 귀 기울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진배 국제예술대학교 전임교수 jazzinba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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