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OS 춘추전국시대 올까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 ‘탈脫안드로이드 바람’이 불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안드로이드의 시장독식이 불러올 역기능을 우려해서다.
2007년 세상을 발칵 뒤집으며 등장했던 아이폰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이전까지 추상적인 말로만 떠돌아다니던 ‘유비쿼터스’가 아이폰을 통해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독창적 모바일 OS인 iOS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이 거래되는 앱스토어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벽이었다. 하지만 iOS와 앱스토어는 단지 애플만의 것이었다. 애플을 제외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것은 이 때문이다.
폐쇄적인 애플의 iOS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와 달리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였다. 무료였고, 누구든 개발에 참여할 수 있었다. 개방적인 안드로이드는 빠르게 앱 개발자를 끌어 모았고, 이들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올해 기준으로 안드로이드의 모바일 OS시장 점유율은 약 77%, iOS의 점유율은 약 15%다. 국가별 모바일 OS 이용 비율을 봐도 적게는 44%, 많게는 90% 이상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성장을 거듭하던 안드로이드가 iSO와 함께 ‘독주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모바일 OS에 대한 욕구가 터져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이전에도 안드로이드나 iOS의 대항마가 될 만한 모바일 OS는 있었다. 2002년 캐나다에서 탄생한 블랙베리는 최강의 업무지원 앱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iOS와 안드로이드 강세로 하락세를 보이다 올해 11월 매각될 운명에 처했다. 삼성전자가 자체 모바일 OS로 추진했던 바다 OS 역시 타이젠에 통합되면서 명맥이 끊겼다.
안드로이드와 iOS 대항마로는 역부족
차세대 모바일 OS 시장은 MS의 ‘윈도즈 폰(Windows Phone)’, 삼성과 인텔을 중심으로 한 ‘타이젠(Tizen)’, 모질라의 ‘파이어폭스(Firefox)’, 캐노니컬의 ‘우분투(Ubuntu)’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안드로이드와 iOS의 아성에 도전하기엔 역부족이다.
먼저 MS의 ‘윈도즈 폰’은 MS가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구사일생한 모바일 OS다. 중국 화웨이가 노키아를 인수하면 사라질 저치였다. 노키아는 윈도즈 폰의 주 고객이었고 화웨이는 “노키아를 인수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 생산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윈도즈 폰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3%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타이젠’은 개방형 OS다. 삼성과 인텔을 중심으로 12개 업체(텔레포니카ㆍ화웨이ㆍKTㆍLG유플러스ㆍ도코모ㆍ오렌지ㆍSKTㆍ파나소닉ㆍ스프린트ㆍ보다폰)가 참여하고 있다. 차세대 웹 표준으로 떠오르는 ‘HTML5’를 지원한다. HTML5는 안드로이드나 iOS처럼 모바일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태블릿, 스마트TV, 차량용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단말기에 사용할 수 있다.
모질라가 개발한 ‘파이어폭스’ 역시 개방형(스마트폰ㆍ태블릿 컴퓨터용) OS이고, 거의 모든 UI는 타이젠과 마찬가지로 HTML5로 이뤄져 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대항마 웹브라우저로 알려져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통해 중남미ㆍ동유럽의 신흥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저가인 탓에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은 있지만 반응은 좋은 편이다. LG전자와 소니 모바일, 화웨이 등이 파이어폭스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기로 했다. 최근엔 애플의 협력업체인 폭스콘이 모질라와 제휴해 파이어폭스를 탑재한 스마트폰과 TV를 생산ㆍ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새로운 모바일 OS들은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많은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통신사들이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안을 찾고 있기 때문에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더구나 세계 각국 정부 역시 안드로이드 독주체제를 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드로이드 OS가 공격받으면 사회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국 정부가 올 3월 차세대 OS를 활용할 것을 권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조업체, 통신사, 여기에 정부까지 새 모바일 OS의 우군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새 모바일 OS를 받치는 우군들
그러면서 임양수 연구원은 “새로운 모바일 OS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안드로이드가 급성장 할 수 있었던 요인들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안드로이드가 다양한 제조사들의 참여와 경쟁을 통해 성능이 향상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전 세계 600여개 제조사에서 2000여종에 달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출시됐다. 단말 경쟁으로 안드로이드의 성능이 자연스럽게 향상된 셈이다. 통신사업자의 적극적인 판매 지원도 성장요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구글의 지속적인 OS 업그레이드와 개발자 생태계 조성, 안드로이드가 iOS에 대항할만한 유일한 대안이었다는 점도 급성장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임 연구원은 “차세대 모바일 OS가 성공을 거두려면 안드로이드 진영의 균열, 안드로이드 단말 제조사들의 진영 이탈,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지원, 모바일 웹 기반 서비스의 극적인 발전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드로이드 성장전략으로 안드로이드를 깨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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