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Money Trend
독일의 실버층만을 위한 슈퍼마켓 ‘에데카(Edeka)’는 고령의 고객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선반 높이를 다른 매장보다 20㎝ 낮추고, 계산대를 낮게 설치한 것이다. 쇼핑 카트에 돋보기를 부착해 제품 설명서를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요즘 지하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은 중년 여성의 스마트폰 중독현상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인터넷ㆍ모바일 중독현상을 능가하는 듯하다.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한 케이블방송의 인기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등장하는 70대 4명의 주인공도 모바일 게임에 푹 빠졌다.
통계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올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무선인터넷 이용률은 전년 대비 35.2% 증가했다. 증가율만 보면 20대(5.3%)ㆍ30대(19.6%)보다 훨씬 높았다.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 사용율도 50대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지난해 LTE 스마트폰 사용증가율은 50대 이상이 20.8%로 20대(18.7%)를 압도했다. 이런 흐름을 주목한 휴대전화 영업점은 20대 고객보다는 50~60대 신규고객을 찾아 공략하는 마케팅 활동에 집중한다.
지금까지는 중년층 실버 모바일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게임을 즐기는 데 그쳤다. 앞으로는 광범위한 실버마켓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50~60대 실버 모바일족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의 특성은 ‘정보제공’에 있다. 특히 위급한 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실버세대에게 유용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게 인기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2년 6조3820억원이던 실버산업의 시장규모는 2010년 22조원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8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버산업이 IT와 접목하면서 성장에 속도가 붙고 있는 셈이다. 향후 무선인식ㆍ증강현실ㆍ동작이나 음성인식 등이 웨어러블(wearable)기술과 접목하면 산업규모가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례로 실버 모바일족을 타깃으로 형성된 커뮤니티 시장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실버층은 퇴직 이후 갈 곳이 없어 외롭다. 그렇지만 경로당은 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들에게 필요한 게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다. 공간 서비스를 표방한 ‘매더 카페 플러스(www.matherlifeways.com)’는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장소’ 비즈니스를 시작해 성공했다.
이곳에선 식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과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시니어 버전의 스타벅스인 셈이다. 세련된 카페 분위기 속에서 시니어의 신체적ㆍ심리적ㆍ사회적 특성을 잘 아는 직원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오전 7시부터 비교적 저렴하고 질 높은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특별한 기술이 아니더라도 실버마켓은 성장가능성이 크다.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실버층만을 위한 슈퍼마켓 ‘에데카(Edeka)’는 고령의 고객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선반 높이를 다른 매장보다 20㎝ 낮추고, 계산대를 낮게 설치한 것이다. 쇼핑 카트에 돋보기를 부착해 제품 설명서를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비슷한 또래의 50대로 뽑는 등 기존 고객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시니어 고객까지 흡수하는 전략이다. 매출이 올랐음은 당연하다.
노동시장에서 고령노동자를 끌어들여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독일의 BMW가 47세 이상의 노동자를 하나의 생산라인에 모아 근무를 시켰더니 생산성이 일반 생산라인보다 7%나 낮았다. 하지만 결근율은 일반 노동자보다 오히려 2% 낮았다. 불량률은 일반 생산라인의 수준과 비슷했다.
물론 실버 모바일족을 위한 시장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실버마켓은 무주공산임에 틀림없다.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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