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의 현주소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은 한때 ‘특별한 날’에만 가는 ‘특별한 곳’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1990년대 한국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 가운데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드물다. 그나마 살아 있는 곳은 ‘저가카드’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 코엑스에 방문한 김영현(38)씨는 최근 패밀리레스토랑 마르쉐 코엑스점이 문을 닫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른 지점이라도 갈까 해서 웹사이트에 접속했더니 ‘6월 1일부로 영업을 종료했다’는 문구만 덩그러니 떴다.
1990년대 초 붐을 일으킨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스위스 메벤픽 그룹의 프랜차이즈인 ‘마르쉐’는 한국 진출 17년 만에 사업을 종료했다. ‘유럽 재래시장’을 재연한 콘셉트가 인기를 끌면서 매장이 12개까지 늘어났지만 올 4월 부산점, 5월 코엑스점을 각각 폐점하고 6월에 영업을 종료했다.
1995년 서울 압구정에 둥지를 튼 미국 패밀리레스토랑 토니로마스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현재 여의도점·광화문점·도곡점 3개 매장만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붐이었던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이 사실상 정리수순을 밟고 있다. 토니로마스의 운영사 썬앳푸드도 남아 있는 매장을 철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은 대부분 소셜커머스에 40~50%의 파격적인 할인가를 내세우고 1만원 안팎의 런치세트를 팔며 연명하고 있다. 미국 패밀리레스토랑인 TGI프라이데이스는 최근 런치세트를 9900원에 내놨다.

실제로 1990년대 국내에 상륙한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의 메뉴는 론칭 초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웃백의 인기 메뉴는 여전히 오픈 초기와 마찬가지로 ‘투움바 파스타’ ‘컨트리 치킨 샐러드’ 등이다. 반면 국내 토종 레스토랑인 빕스(CJ푸드빌) 등은 시즌별 신메뉴를 내놓고 확실한 콘셉트로 소비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도 3개월마다 신메뉴를 내놓는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소비자 니즈를 따라잡지 못하면 한국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의 몰락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시장은 브랜드로 버틸 수 있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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