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HDTV보다 4배 이상 화질이 선명한 울트라HD(UHD)TV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UHDTV는 사물의 미세한 부분까지 화면에 잡히며 생동감을 더한다. ‘극한의 화질’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대중화되기까지는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한다. 벌써부터 불협화음이 들려온다.

신라의 화가 솔거는 생생한 그림실력으로 유명하다. 그가 황룡사 벽에 그린 노송도老松圖를 본 새들이 실제 나무인 줄 알고 날아와 부딪혔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된다. 까마득한 옛 일화가 지금까지 전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생함에 대한 인간의 집착이 본능의 범위에 속해서일지 모른다.
과거 그림으로 표현하던 생동감은 현대에선 영상으로 실현된다. 그 최전선에 있는 도구는 TV다. 흑백에서 컬러로, 브라운관에서 HD로, TV는 끊임없이 발전했다. 이제 ‘생생함의 극한’으로 불리는 울트라HD(UHD)TV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UHDTV는 HDTV보다 화질이 4배 이상 선명하고 음질도 뛰어나다. 운동선수가 흘리는 미세한 땀방울과 거친 호흡소리가 생생히 전해지고, 밤하늘의 별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한국전파통신연구원은 전세계 UHD방송시장이 올해 30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235억 달러 규모로 약 8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아직까지 UHD방식은 걸음마 단계다. UHD 전용TV는 지난해부터 생산을 시작했고, 방송용 콘텐트 제작도 미비하다. 하지만 UHDTV 대중화를 위한 업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상용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케이블TV업계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7월 17일 세계 최초로 UHD시범방송을 개시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원래는 2014년 초순쯤 시범방송을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조기 상용화를 위해 일정을 앞당겼다”고 밝혔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는 ‘차세대 방송기술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케이블에서는 2014년부터, 위성에서는 2015년부터 UHDTV를 조기상용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UHDTV가 무리 없이 대중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언덕이 적지 않다. 벌써부터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들려오고 있어서다. 우선 지상파방송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KBSㆍMBCㆍSBSㆍEBS 등 지상파 4사는 UHDTV 상용화에 자신들이 배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최대 콘텐트 생산자인 지상파를 배제한 미래부의 차세대 방송 로드맵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UHD방송은 유료방송이 아닌 지상파에서 우선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미래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방송을 주관하는 업무임에도 미래부가 독단으로 UHD사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7월말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UHD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UHDTV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미래부 전파방송관리과 관계자는 “UHD사업은 케이블ㆍ위성방송 등 민간에서 주도하는 것이고 미래부는 지원하는 수준”이라며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해보겠다는 데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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