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대디의 ‘아들 고추 살리기’
헬리콥터 대디의 ‘아들 고추 살리기’
  •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 호수 53
  • 승인 2013.08.13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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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 性과학 코너

▲ 발기부전은 수술로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사람은 일단 약물치료부터 하는 게 좋다.(사진=뉴시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에프터 서비스는 언제까지 해야하는 것일까. 요즘엔 헬리콥터 맘이라고 해서 평생 자녀 주변을 맴돌면서 자녀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나서서 해주는 엄마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들은 자녀가 결혼을 하든 사회생활을 하든 지속적으로 관여를 한다. 반대로 자식은 결혼 후에도 부모에게 빌붙어 둥지를 떠나려 하지 않는다.

여기 헬리콥터 대디라고 하기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어느날 허름한 옷차림의 나이든 남성이 망설이면서 진료실에 들어섰다. 그는 발기부전이 왔는데 고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비아그라도 있고 발기를 돕는 주사약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안 되면 수술로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자신이 아니라 아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아들이 서른살인데 4~5년 전 성관계를 가져본 후 지금까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비된 도리로 안타까운 심정에 상담차 먼저 찾아온 셈이었다. 나이가 얼마인데 자식 걱정을 해야하는지, 다 큰 아들 이부자리 속까지 애프터 서비스를 해야 하는 세상이 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아들이 찾아왔다. 상담 후 그 아들은 ‘수술이 필요할 것 같은데, 아예 지금 수술 날짜를 잡는 건 어떤가’라고 물었다. 어쨌든 젊은 사람일수록 심인성(마음이나 정신으로 생기는 병의 특성)이 많기 때문에 전문적인 상담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수술이 필요한 것 같은데, 지금 (수술)날짜를 잡으면 어떻느냐’고 물었다.

여기서 수술이란 음경내에 보형물을 넣는 방법을 말한다. 음경보형물수술이라고 한다. 남성의 성기에 실리콘 식염수가 들어있는 원통형의 주머니 혹은 실리콘으로 만든 막대 형태의 보형물을 넣는다. 수술을 하면 얼마든지 젊어서와 같은 발기력을 되찾을 수 있다. 먹는 약으로 발기력이 회복되지 않는 사람에겐 획기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수술은 젊은 사람이 함부로 받는 게 아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왜 그리 수술을 고집하느냐며 사연을 물었다. 아버지는 우울한 심정을 말로 토로했다. “아들이 나이도 있고 해서 중매를 시켰어요. 그런데 한달 전에 날 찾아와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발기가 되지 않아서 결혼을 할 수 없습니다.’ 깜짝 놀라 자세히 물어보니 몇 년 전부터 성관계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들은 어릴 때부터 당뇨병을 앓았다. 아버지의 당뇨병이 유전된 것이다. 약물치료로 혈당이 떨어지지 않은 아들은 인슐린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그런데 인슐린 주사를 맞은 후부터 발기력이 약해지고 자위조차 되지 않더라는 거다. 발기약을 종류별로 먹어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소아당뇨의 합병증으로 발기부전이 온 것이다.

아버지는 일단 며칠뒤 진찰을 받기로 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몇달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아 잊고 지냈다. 그러던 그해 가을, 아버지와 풀이 죽은 아들이 찾아왔다. 아버지는 “아들을 설득하느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일단 아들의 발기부전 정도를 체크했다. 치료방법을 찾기 위해 혈액•발기검사도 했다. 발기검사 결과, 정상 용량에서 도플러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인슐린 주사를 60유닛(U)를 놨음에도 혈당을 검사해보니 269ng/ml가 나왔다. 혈당을 좀더 조절하고 수술을 하기로 했다. 젊은 사람인 만큼 세조각 음경보형물수술을 했다. 몇 개월뒤 병원에 찾아온 아들은 “빨리 장가가서 효도해야 겠다”고 말하며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의 마음이 어떤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비뇨기과에 잠시 멋진 헬리콥터 대디가 떴었다.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penilee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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