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가족으로 중국에 거주할 때 귀 따갑게 들은 말이 있다. “비에자오지•着急(조급 하지마라).” 상황이 꼬여도 참고 기다리면 ‘때’가 온다는 말이다. 주식시장이 어지럽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를 보면서 “공연히 주식에 손을 대서”라며 후회하는 개인투자자들도 많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이거다. “비에자오지.”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은 여러 의미가 있다. 아시아 외교의 포문을 중국으로 열었다는 것 하나, 중국과 실리외교를 펼칠 수 있는 다리를 놨다는 점 둘이다. 한편에선 박 대통령의 방중효과가 방미 때보다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박 대통령이 ‘라오 펑요老朋友(오랜친구)’라는 이유가 긍정적 전망에 한몫하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에 시진핑 주석이 관심을 가지면서 맺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의 방중효과를 섣불리 예측해선 안 된다. 박 대통령의 방중 이후 중국이 북한의 비非핵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성급하게 중국 정부가 우리 쪽에 유리한 정책결정을 할 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철학과도 관련이 있다.
朴 방중효과, 섣불리 점쳐선 곤란
시진핑 주석은 문화혁명기(1966~76년) 아버지가 숙청당하는 비운을 겪었다. 그 자신도 변방으로 쫓겨나 우울한 청년기를 보냈다. 문화혁명은 마오쩌퉁이 주도한 극좌 사회주의운동이다. 이 대목에서 시진핑 주석의 아버지가 중도적 이념을 갖고 있었고, 시진핑 역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그의 이념 스펙트럼은 급진적 시장파와 보수적 문혁파의 중간쯤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그는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시진핑 주석은 한국전쟁을 북측의 침략전쟁이 아니라 해방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국방•외교적으로 봤을 때 북한에 유리한 시각이다. 박 대통령의 방중효과를 지나치게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찌 됐든 박근혜 정부는 이번 방중 때 70개가 넘는 기업을 이끌고 갔다. 대표적으로 삼성그룹은 시안西安에 8조원 규모의 투자 가능성을 내비쳤고, 다른 기업 역시 투자 관련 ‘운’을 뗐다. 그만큼 중국은 기회의 땅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한국경제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럼 중국은 어떤 나라일까. 필자는 중국에서 주재원 가족으로 4년간 살았다. 밖에서 보면 중국이나 우리나 비슷한 문화와 관습을 가진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중국의 생활방식은 우리와 현저하게 다르다. 가령 모든 것이 좌식인 우리와 달리 중국은 입식 형태다. 이는 남녀차별문화가 없음을 의미한다. 중국 남성은 부엌에 들어가서 밥을 짓고 빨래를 한다. 여자보다 빨리 퇴근하면 아이들도 돌본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중국은 동양과 서양이 맞물려 있으며, 우리와는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필자의 경험상 중국인을 만만하게 봐서도 안 된다. 흔히 우리는 중국사람을 ‘만만디’라고 표현한다. ‘천천히 문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물론 우리 시각에서 보면 만만디는 시대착오적이다. 빠르게 바뀌는 요즘 세상에 적응하려면 우리처럼 ‘빨리빨리’ 문화가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인을 보면 천하태평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중국인이 무엇 때문인지 ‘기다리세요’라고 하면 넉넉 잡아 한두시간은 말없이 있어야 한다. 성질이 나서 보채면 ‘마상다오馬上到’라며 또 다시 질질 끈다. 마상다오는 곧 도착한다는 의미로,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런 만만디 습성은 어찌 보면 ‘무조건 기다리면 때가 온다’는 주식시장의 정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올 6월 주식시장이 멘붕에 빠졌다. 고점 대비 30% 떨어진 종목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자금이 바닥난 계좌가 속출하면서 종합지수가 반등해도 개인투자자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주가가 하락할 땐 거의 모든 종목이 무차별적으로 떨어지더니 상승할 땐 선별적으로 몇종만 오르니, 개인투자자로선 대책이 없었다.
특히 3년 미만의 투자자들은 현실적으로 난감할 것이다. 주식을 조금 알긴 하지만 대응책을 만들 정도는 아니라서다. 그래서 주식시장에 남아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왜 주식에 손을 댔는지’라며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만 찾으면 주식투자를 당장 그만 둘 것이라며 다짐하는 개인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땐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문가와 상담을 하면 자신이 처한 상황이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는 착각만 버리면 나쁘지 않다. 아무리 엇박자가 나서 억장이 무너져도 주식시장엔 언제나 솟아날 구멍이 있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조급할 필요가 없다. ‘기다리면 때가 오기’ 때문이다. 자! 다시 중국인의 습성을 살펴보자. 중국인의 만만디 습성이 주식시장에 잘 어울린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매사에 비에자오지•着急(조급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한다.

조급증부터 버려야 살아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게 하나 있다. 만만디가 태평성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언뜻 중국인의 만만디 습성은 부정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중국인은 모든 일이나 결정을 천천히 하지만 포기하는 법이 없다. 그 과정이 때론 지루하고, 때론 참기 힘들어도 말이다. 제아무리 늦게 출발해도 목적은 반드시 달성하는 게 중국인이라는 얘기다.
다음은 필자가 경험한 일화 한 토막이다. 필자는 지난해 겨울 한 중국인 지인의 놀랄만한 얘기를 들었다. 그 지인은 업무차 칭다오靑島에 들렸다가 다시 베이징北京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폭설이 내려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필자는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겠구나’라고 여겼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 지인은 폭설을 뚫고 베이징에 도착해 업무를 완수했다. 만만디,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이난희 이난희아카데미 대표 nanilee04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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