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 잡는 자 세계를 잡는다
빅 데이터 잡는 자 세계를 잡는다
  • 박용선 기자
  • 호수 52
  • 승인 2013.08.06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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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빅! ‘빅 데이터’로 간다

‘빅 데이터(Big Data)’가 뜨고 있다. 이미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대비해 계속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거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왜일까.

▲ 데이터가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이를 어떻게 관리·분석·활용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종합음료회사 ‘코카콜라’는 세계 각국의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오르는 자사 관련 데이터를 글로벌 단위로 수집•분석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량 분석은 기본이다. 코카콜라의 트위터 분석은 영어•중국어•일본어•한국어•아랍어 등 전 세계 12개 언어로 이뤄진다. 우호적이지 않은 데이터가 급증한 국가나 지역에는 홍보를 더욱 강화한다. ‘빅 데이터(Big Data)’를 바탕으로 한 실시간 고객 대응은 코카콜라의 기본 마케팅 방침이다.

다양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해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는 빅 데이터가 주목받고 있다. 빅 데이터란 단순히 방대한 데이터를 뜻하는 게 아니다. 기존에 관리하기 힘들었던 사진•동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의미한다.

독일 정보통신업협회 비트콤에 따르면, 2012년 전 세계 기업이 빅 데이터를 이용해 올린 매출은 46억 유로(약 6조6000억원)에 달했다. 2016년에는 160억 유로(약 23조5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양은 해마다 50%씩 증가한다. 2012년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온 데이터는 약 2조7000억 기가바이트(GB)다. 2GB의 데이터는 18L짜리 생수통을 꽉 채울 만한 모래양과 비슷하다. 이 생수통이 무려 2조7000억개가 있어야 데이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빅 데이터는 2012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떠오르는 10대 기술 중 첫째로 꼽혔다. 맥킨지•가트너 등 글로벌 컨설팅 기업도 빅 데이터를 향후 경제지형을 바꿀 핵심 기술로 평가하고 있다. 데이터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고, 이를 어떤 기업이 효율적으로 관리•분석•활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 빅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아마존은 서점을 온라인에 옮겨 놓은 ‘인터넷 서점’에서 시작했다. 다소 단순한 구조였지만 이후 고객의 구매이력을 기록•분석해 도서추천시스템을 개발했다. 동시에 책을 구입한 독자에게는 평점과 후기를 올릴 수 있도록 유도해 더욱 많은 데이터를 끌어 모았다.

아마존은 이런 데이터 관리•분석 노하우를 기반으로 음악CD•DVD•가전제품 등 다양한 제품을 비롯해 음원•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까지 유통하는 온라인 장터로 발전했다. 고객의 소비 취향과 관심사를 파악해 상품을 추천하는 ‘아마존 웹서비스’는 빅 데이터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데이터의 무한질주 시대

세계적인 유통업체 ‘월마트’도 주목받는다. 월마트는 기본적으로 가격•상품 구성 체계•행사•재고•품절•경쟁상황•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보를 수집한다. 월마트는 2011년 소셜미디어 분석회사인 ‘코스믹스’를 인수해 사내에 ‘@월마트랩’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월마트랩은 ‘사회적 게놈(Social Genome)’이라는 거대한 지식 허브를 구축했다. 이 거대 지식 허브에는 고객•이벤트•토픽•상품•위치•기업 사이의 관계를 포착한다. 예를 들어 월마트 소셜미디어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지역에는 자전거에 관심있는 거주자가 많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해당 점포의 상품 라인업을 조정해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기업 안팎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데이터는 의사 결정자의 편견을 극복해 좀 더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경험이나 직관에 의한 의사결정이 아닌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사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에서 쉽게 범하는 편견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 편향’이다. 새롭고 객관적인 정보가 있어도 자신의 주관과 주장에 부합하지 않으면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잘못된 판단은 기업의 몰락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내 시장은 어떨까. 한국 소비자는 전 세계에서 ‘데이터 대식가’로 유명하다. 일상생활에서 데이터를 펑펑 쏟아 낸다. 네트워크 통신업체 시스코가 조사한 세계 1인당 모바일 데이터 사용 현황(2011년 기준)을 보면, 한국은 전 세계 평균보다 10배가량 많은 데이터를 사용한다. 빅 데이터 구축에 유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데이터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이동통신사•포털업체 등을 제외하면 빅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 물론 고객의 기본 정보와 구매 이력 등 고객관계관리 시스템(CRM)이 있지만 데이터의 양과 속도, 분석 능력에서 빅 데이터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가 2012년 4월 경영자 2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빅 데이터를 알고 있다’고 답한 경영자는 과반수(56%)를 넘어섰지만 ‘빅 데이터를 실제로 활용하고 있다’는 답변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업의 빅 데이터 구축은 ‘데이터 축적→업무 활용→관련 기술 성숙→데이터 축적’의 구조를 띤다. 우선 기업 현장에서 데이터 축적이 이뤄진다. 이후 원하는 가치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로 인해 업무 효율이 향상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며 경험을 쌓는다. 이 과정에서 빅 데이터를 다루는 데 필요한 관리•분석 인력을 양성하고, 기술 발전도 가능하다.

▲ 한국은 세계에서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로 꼽힌다. 하지만 이를 분석·활용하는 ‘빅 데이터’ 능력은 떨어진다.
하지만 국내 기업을 보면 데이터 축적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데이터 분석 인력도 부족하다. 기업 대부분이 업무 구석구석에 IT환경을 도입해 컴퓨터 앞에서 사무를 보고 있지만 과거 수기로 기록하던 장부와 각종 문서를 워드•엑셀로 옮겨 디지털화시킨 것에 불과하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종합•분석하는 빅 데이터와는 관계가 없다.

기업들이 활용하는 데이터 비중을 보면 전통적인 재무 데이터가 약 35%, 사내외 문서화된 보고서가 33%를 차지한다. 고객의 소셜미디어 활동이나 자사 웹사이트 이용 기록 등 광범위한 비정형 데이터에는 관심을 갖는 경우가 드물다.

데이터 사용량↑ 분석•활용 능력↓

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이를 빅 데이터답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부서에만 머물고, 기업 내 다른 부서로 전달되지 않는다. 각 담당 부서에서 업무 영역에 맞춰 따로따로 데이터를 관리하다 보니 한정된 목적으로만 데이터가 이용되고 있다. 빅 데이터가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인 충분한 크기와 다양성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것이다.

함유근 건국대(경영정보학) 교수는 “기업이 빅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기회가 열려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지금도 데이터 활용 능력에 따라 경쟁력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로 빅 데이터 시대가 본격화된다면 그 차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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