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볶아 행복을 팔다
진심을 볶아 행복을 팔다
  • 김미선 기자
  • 호수 52
  • 승인 2013.08.19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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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주부창업자 문은실 스타빈 대표

아무리 포화상태의 업종이라도 ‘진심’을 다하면 승리의 여신이 윙크를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말이다. 50대 초반의 나이에 창업해 성공한 이가 있다. 4.95㎡(1.5평)짜리 커피숍 하나로 충무로 직장인들을 사로잡은 스타빈의 문은실씨를 만나봤다.

▲ 충무로 먹자골목에서 하루 300잔 이상을 파는 커피전문점이 있다. 50대 주부 문은실씨가 운영하는 스타빈이다.
서울 을지로 3가에서 충무로역까지 이어지는 길은 음식점과 커피숍으로 빼곡하다. 인쇄소와 오피스들이 밀집해 있어서다. 수요가 많은 만큼 공급도 많다. 특히 커피숍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곳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는 대부분 1000원대다.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낮춘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커피전문점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린다. 하지만 점심시간이면 30명 이상의 손님이 줄을 서 있는 커피숍이 있다. 50대 주부 문은실(52)씨가 운영하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스타빈’이다. 이 커피전문점에서 하루 팔려나가는 음료는 300잔이 넘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문씨는 평범한 주부였다. 커피전문점을 열게 된 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남편의 정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다 아들 둘을 뒷바라지하려면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커피전문점을 선택한 것은 차와 음료를 만드는 게 취미인데다 사람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문을 열기 전에는 지레 겁부터 났다.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커피전문점을 50대의 나이에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2012년 1월. 문 사장은 그렇게 충무로 먹자골목 한복판에 약 4.95㎡(1.5평)짜리 작은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을 열었다.

처음 열었을 때는 주변 상인들조차 “성공할 수 있겠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지금은 다르다. “도대체 비결이 뭐냐”고 묻고 권리금을 줄 테니 자리를 팔라는 이도 있다. 비결은 저렴한 가격과 맛에 있다. 아메리카노 가격은 1000원밖에 하지 않는다. 싸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갓 볶은 신선한 원두를 일주일 안에 소진한다.
 
 
커피 그라인더에서 원두를 갈아 내릴 때는 기포 하나까지 일일이 신경 쓴다. 파는 음료 종류도 50개 이상으로 많다. 과일주스·버블티·프라푸치노·팥빙수까지 없는 거 빼고는 다 있다. 값은 모두 3000원 미만이지만 아낌없이 퍼준다. 과일주스는 100% 생과일로만 만든다. 버블티에 들어가는 타피오카펄은 매일 아침 삶고 팔리지 않은 건 눈 딱 감고 버린다.

문씨의 진짜 성공비결은 ‘진심’이었다. “장사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지 않아요. 항상 우리 가족이 먹는 거라 생각하고 진심을 다하니 사람들도 알아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커피전문점에는 단골이 많다. 신세 한탄하러 오는 40대 노처녀 손님부터 일하다 지친 주변 인쇄소 직원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문씨를 찾는다. 문씨와 단골끼리만 통하는 용어도 있다. “사장님, 아메리카노 달진이요.” “저는 차스로 주세요.” 달진은 달고 진하게, 차쓰는 차갑고 쓰게라는 의미다.

처음 커피전문점을 열겠다고 했을 때 걱정하던 식구들이 이제는 전폭적인 지지자가 됐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창업을 꿈꾼다는 문씨 아들은 메뉴 개발 일등 공신이 됐다.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버블티·프라푸치노 음료는 아들 덕분에 만들 수 있었다. 문씨는 일을 통해 행복을 찾는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우리 커피를 마시고 행복해 하는 사람을 보면 나까지 행복해집니다. 몸은 고돼도 행복합니다.”

스타빈의 커피잔 손잡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행복을 주는 좋은 커피’. 문씨의 스타빈은 오늘도 충무로 직장인들에 행복을 나눠준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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