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6일 아시아나항공 214편 보잉 777기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여객기는 착륙과정에서 꼬리부분이 방파제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MSNBC와 CNN 등 미국 언론은 일제히 생방송으로 승객과 승무원 307명이 탑승한 아시아나항공기의 사고 소식을 전했다. MSNBC는 해안과 맞닿은 활주로 방파제 구조물과 부딪힌 흔적과 비행기 잔해들, 활주로에 깊게 그려진 항공기 타이어 자국 등을 상세히 보도하며 꼬리 부분이 방파제 구조물과 부딪혀 항공기가 균형을 잃었다고 보고했다.
충돌사고 관련 의문 많아
항공기는 활주로를 벗어나 방파제 구조물에서 약 200m 떨어진 흙바닥에 처박혔고 꼬리 부분은 완전히 사라진 모습이었다. 충돌 과정에서 항공기 앞쪽에 화재가 발생했다. 승객들은 비상구를 통해 긴급 탈출했다. 항공기에는 승무원 16명과 승객 291명이 탑승했다. 중국인이 141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인77명, 미국인 68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214편은 한국 시간으로 6일 오후 5시4분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해 10시간25분의 비행 끝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6일(미국 서부시간) 오전 11시27분경에 착륙을 시도했다. 사고로 확인된 사망자는 중국인 10대 여학생 2명이다. 부상자는 181명으로 이 중 49명은 중태다.
아시아사항공기 사고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첫번째 추락 직전 관제탑의 느린 속도 경고에 기장이 상승을 시도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고 이튿날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BS)는 사고 항공기가 너무 느린 속도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접근해 관제탑이 조종사들에게 항공기 시동이 꺼질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발표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사고 직전 발생한 상황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담긴 조종실 녹음기와 비행기록장치의 내용을 분석했다”며 “그 결과를 여객기가 충돌 직전 속도를 높인 사실을 확인했고 충돌 1.5초전 조종사들이 착륙을 포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사고 생존자들과 다른 목격자들이 사고 비행기의 속도가 느렸다는 진술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항공기 속도가 느렸던 이유가 가장 중요한 의문점으로 떠올랐다.
또한 여러 사고 원인 중 조종사의 착륙을 도와주는 공항 자동 착륙 유도장치가 꺼져 있는 것이 이번 사고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조사했다. 하지만 조종사 과실에 집중해 조사가 이뤄졌다. NTBS 조사대책반과 다른 기관 조사관이 조종사 4명을 조사했다.
사고 당시 조종간을 잡은 이강국 기장은 비행 교육인 관숙비행 중이었고 교관 기장으로 탑승한 이정민 부기장은 교관으로 첫 비행이었다. 이강국 기장의 보잉 777기 비행시간은 43간으로 알려졌다. 보잉 777기 비행 3220시간 경력의 이 부기장이 착륙 도중 착륙을 포기하려 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조종사 과실 논란에 대해 즉각 부인했다. 윤 사장은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착륙시 교관기장으로 있던 이정민 조종사와 관숙 비행을 했던 이강국 조종사는 각각 33회와 29회의 샌프란시스코 비행 경험이 있는 충분한 기량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민강항공조종사협회(ALPA)도 윤 사장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ALPA는 충돌사고에 관해 미 당국이 지나치게 빨리, 너무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며 이는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ALPA는 “블랙박스 정보를 철저히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많은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NTBS의 성명은 이미 사고의 원인을 단정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밝혔다.
ALPA의 성명에 대해 NTBS 대변인은 “NTBS는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을 정기적으로 발표한 것뿐이다”며 “조사 과정에 관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투명성과 정확성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과실 논란 부인
두번째 의문은 기체결함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 도중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사고 당시 자동출력제어장치(오토스로틀)가 작동 상태였다”고 밝혔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기체 조사결과 오토파일럿과 오토스로틀 조사반이 오토스로틀이 암드 포지션(작동중)에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작동됐는지 여부는 블랙박스 자료와 비교하면 정확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며 “암드 포지션에 있었다는 것만 가지고 기체결함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말해 기체결함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오토스로틀은 조종사가 원하는 속도를 입력하면 비행기 스스로 엔진 출력을 유지하는 장치다.

세번째 의문은 착륙 당시 관제탑의 경고 유무에 관련된 것이다. 11일 국토부는 아시아나 사고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 저속•저고도로 착륙 접근할 때 관제기관에서 아무런 경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조종사와 관제사 간의 교신내용 등 관제 녹음기록을 분석했다”며 “분석결과에 따르면 착륙 접근 당시 관제기관에서 조종사에게 제공한 경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관제사가 직무의 범위와 그 충실도에 대해서 어떻게 수행했는지 사고 조사단이 정밀 조사중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착륙 허가가 나올 경우 조종사 책임 하에 착륙한다고 전해 관제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네번째 의문은 충돌직후 기장이 곧바로 승객들에게 대피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NTBS는 “기장이 충돌 직후 승무원들에게 대피 절차를 시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승객들의 대피는 충돌 후 멈춰선지 90초 후에 시작됐다”고 밝혔다.

여객기가 활주로에 충돌한 뒤 한 승무원이 여객기 창문을 통해 화재를 목격하고 이를 조종실에 보고한 뒤 탈출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허스먼 위원장은 대피가 안전 규정과 기장의 올바른 판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조종사들이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과거에도 탑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차량들이 도착할 때까지 탈출 작전을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대피가 항상 즉시 시작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안전 규정상 90초 동안 모든 탑승객의 대피가 이뤄져야 한다. 조종사들이 상황판단을 잘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상탈출 지연을 조종사의 늑장대응으로 몰아가려는 조짐이 보이자 우리 정부는 반박에 나섰다.
국토부는 조종사가 사고 90초 후 탈출 지시를 내렸다는 NTSB 발표에 대해 현지 언론 보도나 탑승객 증언 등을 통해 볼 때 승무원들이 적절하고 신속하게 자기 직무에 충실하게 승객대피 업무를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나 사고 직후 부상자들의 긴급 도움 요청에 출동한 구급차가 늑장 대응했다는 논란이다. 사고 당시 경찰과 소방차는 신속하게 출동해 승객을 도왔다. 하지만 구급차가 모자라 일부 부상자들이 20분 넘게 방치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가 공개한 사고기 부상자들이 911에 지원을 요청한 전화 통화 녹음 기록을 살펴보면. 구조를 요청한 한 승객은 “이곳에 의료진이 충분하지 않다”며 “머리에 심한 화상을 입은 여성이 활주로에 방치돼 있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비행기에서 탈출한 한 여성은 “사고기 주변에서 20~30분간 기다린 것으로 기억한다”며 “주위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들과 머리를 다친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한 여성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며 “우리는 그녀가 살아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조사 결과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는 구조 신고가 들어온 후 18분 이내에 5대의 응급차와 10대가 넘는 구조차량들이 현장으로 향하거나 이미 현장에 도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디 탈마지 샌프란시스코 소방서 대변인은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으며 구조를 요청했던 일부 승객들은 구급차들이 도착하는 걸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구급차가 각기 다른 곳에서 왔기 때문에 현장에 도착한 시간이 일치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911의 사고 늑장 대응에 대한 논란과 초기 대처가 늦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샌프란시스코공항 관계자는 당시 사고기가 폭발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구급차가 신속한 시간 내에 기체에 가깝게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에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남아 있다. 하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블랙박스 해독이 이뤄져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비행 당시 기체상태, 조종사와 관제탑 사이의 대화 등을 담고 있는 블랙박스는 사고 원인 규명에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블랙박스 해독에는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블랙박스 조사기간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정도 걸린다”며 “지상에서 일어난 사고라 다른 사고에 비해 신속하게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TSB는 현장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판단해 허스먼 위원장과 일부 요원을 워싱턴DC 본부로 복귀시키기로 결정했다. 워싱턴DC 본부에서는 현장에서 수집한 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블랙박스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허스먼 위원장은 “보통 항공기 사고 조사에 18개월 정도가 걸린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이 중요한 사안인 만큼 1년 안에 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미 조사당국은 사고가 난 활주로 현장 조사를 마무리하고 원상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항공기 잔해도 치우기 시작했으며 동체와 꼬리 부분도 옮길 예정이다.
이수지•정의진•이재우 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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