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기업 L회장은 ‘대면접촉’ 신봉자다. 중요한 사안은 결코 이메일을 통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직접 만나서 처리하면 그 일이 100% 성사되지는 않더라도 제3의 대안은 돌출되지만, 디지털 기기를 통한 ‘콜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즉문즉답’이 이뤄지면서 재고할 여지가 있는 문제도 쉽게 폐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도 좋고 첨단 소통수단도 좋지만 직접 대화만한 것은 없다. 상대의 표정도 보기 힘들고 전달자는 본인의 얘기가 잘 전달될 거라고 확신해 구체적인 설명을 건너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단점은 상대에게 거절할 명분과 틈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서간 협조와 신뢰 구축도 마찬가지다. 직접 만나서 부딪쳐라. 모든 문제가 컴퓨터로만 똑딱똑딱 오가다 보면 문제의 본질을 놓치기 쉽고, 서로 무심하거나 아니면 과민해서 극단으로 치닫기 쉽다.
아무리 손품을 들인 일도 발품을 들인 일을 당해내지는 못한다. 토머스 앨런 MIT교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의사소통의 빈도는 서로간의 물리적 거리에 달려 있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23~27㎝만 멀어져도 대화의 횟수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당신은 부하직원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옆 부서와의 거리는 얼마인가. 의식적으로라도 직접 가서 만나고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라. 직원들이 서로 협력해서 팀워크를 갖게 만들라. 부서의 경계를 뛰어넘어 옆 부서와 소풍을 가고, 조인트 미팅을 하라.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의 케빈 록맨 교수와 일리노이 대학의 그레고리 노스크래프트 교수는 화상회의나 이메일을 통한 첨단 의사소통 방식이 비용 면에서는 효율적일지 몰라도 업무 면에서는 효율을 떨어뜨린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200여명의 대학생을 3그룹으로 나누고 이견이 분분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게 했다.
그룹별로 이메일, 화상 회의, 대면 회의의 방법을 사용하게 했다. 그 결과 대면 회의를 진행한 그룹은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화상회의를 한 그룹은 대면 그룹보다 못했다. 이메일로만 의견을 나눈 그룹은 상대방이 사안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었고, 이 때문에 협력과정이나 성과 면에서도 가장 뒤처진 결과를 보였다.
당신의 메시지가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수모나 멸시를 피하고 싶다면 직접 다가가라. 직원을 찾아다니며 직접 대화를 나누고 가능한 그 자리에서 지시사항을 전달하라. 엉덩이가 가벼운 상사, 찾아가는 상사가 존경 받고 성과도 높일 수 있다. 이메일에 빨리 대응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라.
10통의 이메일을 교환할 때보다 한번 짧은 미팅을 할 때 더 많은 것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시안이 급박하고 중요하다면 직접 얼굴을 보고 절박감을 호소하라. 제스처를 동원하면서 상황을 설명하라. 마음이 담긴 대면접촉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킨다. 업무 장소도 중요한 요소다. 조직의 중심부에서 떨어진 곳에서 일하는 사람일수록 중요한 활동이 벌어지는 곳으로 마실을 가고, 부하를 직접 찾아가 소통하라. 메신저나 이메일을 통해서만 일하려 하지 말라. 정보를 가지고 직접 방문하고 점심약속을 이용해 중요 쟁점에 대해 토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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