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이 변해야 생태계 바뀐다
甲이 변해야 생태계 바뀐다
  •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 호수 50
  • 승인 2013.07.29 0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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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i The Scoop]‘을乙’의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을의 함성에서 들리는 갑甲의 횡포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눈물 없이 듣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진정으로 반성하는 갑甲을 찾아보기 어렵다. 겉으로는 사과를 해도 뒤에선 경제민주화 입법을 방해하는 갑들이 수없이 많다.

▲ 을의 비명이 여의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1987년 6·10시민항쟁의 성공으로 정치민주화를 이루면서 새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이 등장했다. 개발독재 시대에 대기업 중심의 ‘성장제일주의’로 만연했던 경제적 불평등 현상을 치유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조항은 25년 동안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정치적 이유가 컸다. 이런 경제민주화 조항(헌법 제119조)이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되살아났다. 이는 을乙의 함성이 아닌 비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을의 외침이 여의도를 메우고 있다. 을의 이야기는 단장斷腸의 눈물 없이 듣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하다. 불평등을 호소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아서다. 동네 모리배에게 당해도 이 정도로 처참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은 가맹점주나 대리점주에게 얼토당토하지 않은 계약조건을 들이대고 있다. 밀어내기, 일감몰아주기, 영업지역·영업권 무시, 영업비용 전가, 터무니없는 위약금, 일방적 계약해지 등 부당한 경영행위도 남발한다.

남양유업은 어떤가. 팔리지도 않을 상품을 대리점주들에게 강제주문하도록 했다. 그래서 대리점주들은 어쩔 수 없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2~3배 이상 부풀리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가맹점이나 대리점에는 이윤을 보장하겠다는 허위정보를 남발하고 마구잡이로 점포를 늘려 자신들의 이윤을 늘리는 데만 급급하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과다출점은 애초부터 가맹점주들의 영업권을 보장할 의사가 없는 듯한 계약형태까지 띠고 있다. 본사에 상당한 보증금을 예치하게 하고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있다.

양심 있는 대기업 늘어난다면 …

을들은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빚을 돌려막으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경영을 이어간다. 전 재산을 한번에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제아무리 부당한 지시라도 노예처럼 따를 수밖에 없다. 계약해지를 한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도 아니다. 위약금이라는 더 큰 빚이 남아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이상한 계약방식은 또 있다. 고객 지원금 등 영업비용을 을에게 부담하고 대신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계약이다. 그러다 수익이 짭짤하면 계약을 해지하고 을의 몫을 가로채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실상이 을의 호소를 통해 속속 드러나도 갑甲들은 겉으로 사과하는 척만 한다. 이들은 여전히 부당한 영업방침을 철회할 의사를 보이지 않는다. 부당한 계약을 수정하라는 압력에 대해선 “기업을 죽이는 과도한 경제민주화 요구”라며 집단반발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경제민주화 입법을 방해하는 일까지 있다.

대기업은 경제는 물론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크다. 이들이 정당하게 승부하지 않으면 시장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기술력으로 영업력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건 대기업의 숙명과도 같다. 이런 맥락에서 ‘을의 반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을과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를 만드는 건 갑, 다시 말해 대기업의 몫이라는 걸 잘 보여줘서다.

물론 을에 대한 약탈을 중단하면 단기적으로는 대기업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다. 100년 기업의 초석을 놓고 싶다면 총수나 CEO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양심 있는 대기업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을들이 신바람 나게 경영을 할 것이다. 그럼 침체의 늪에 빠진 서민경제에도 ‘봄바람’이 불 것이다.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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