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i The Scoop 유두진 기자] 어느 사회나 고령화에 따른 노인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일하는 노인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많다. ‘일하고자’ 하는 노인과 ‘일해야만’하는 노인이 나눠져서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앞서 노인문제를 고민해온 선진국은 어떻게 고령자의 노동문제에 접근하고 있을까.

올 4월 30일 ‘정년 60세 연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의 내용에 대해 노인은 노인대로 청년은 청년대로 불만이 적지 않다. 청년들은 ‘노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게 생겼다’며 불안해하고 있고, 노인들은 ‘기대수명에 비해 정년이 너무 낮다’는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유럽은 정년 65세를 넘어 아예 정년이 폐지되는 추세”라며 “(정년 60세 연장법을) 박근혜 정부의 업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인관련 법안이 불안정한 것은 내용이 부실한 탓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노인 일자리 문제에 대해 그만큼 무관심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른 선진국은 노인 노동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꾸준히 고령화가 진행됐고 그만큼 오랜 시간 노인문제를 고민해온 일본•유럽•미국의 노인 노동실태를 들여다봤다.
영국 “일하는 데 정년 없다”
일본은 주요국 중 고령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지난해 24.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령자 중 75세 이상 ‘후기고령자’ 비율은 49.3%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 일본에서는 ‘퇴직은 해도 은퇴는 없다’는 가치관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65세부터 69세까지의 일본인 중 일하는 사람의 비율은 36%에 달한다. OECD 평균 18.5%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체계적인 노인인력관리를 위해 일본은 1975년부터 ‘실버인재센터’를 운영 중이다. 센터는 일자리뿐 아니라 자원봉사•교육•상담 등 원스톱 서비스를 담당한다.
현재 실버인재센터는 일본전역에 1300여개가 있으며 80여만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실버인재센터에 대해 다른 의견도 나온다. 은퇴 없이 일하는 노인이 많아야 공적연금 지급 기한이 상대적으로 짧아져 일본정부가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실버인재센터 참여자들 또한 비전문적인 일처리, 기계적이고 무책임한 태도 등으로 구설에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또한 노인 인구의 비중이 높아 ‘노인의 천국’이라 불린다. 독일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65세 이상 고령계층은 전체인구의 20%를 넘었고 2050년에는 3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의 노령인구 노동정책은 퇴직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퇴직을 앞둔 고령노동자의 노동시간이 줄거나 임금이 깎일 경우,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해 상실임금을 보충해준다.
퇴직완화 정책만 있는 건 아니다. 독일 사회법을 통해 고용창출, 고용유지사업, 실업자 지원도 병행한다. 대표적인 게 ‘50세 플러스 이니셔티브(Initiative 50Plus)’ 정책이다. 50세 이상 실업자에게 일자리 제공은 물론 전문적인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다. 독일 또한 다른 유럽국가와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인권과 복지에 사회적 비용을 많이 지불한다. 이는 고용주의 부담으로 돌아와 고용률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은정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박사는 “독일의 경우 고령노동자 1명을 채용하기 위해 회사 측에서 부담해야 하는 세금, 사회보험료 등 노동비용 비중이 크다”며 “독일정부는 실업보험료를 인하하는 등 고용주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노인채용을 확대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2011년 10월, 영국은 정년제도를 전격적으로 폐지했다. 일하고자 하는 노인이 나이 때문에 일터에서 물러날 일은 더 이상 없어진 것이다. 개정 전 법정 정년은 65세였다. 영국은 1999년부터 ‘뉴딜 50 플러스(New Deal 50 Plus)’정책 시행으로 고령화에 대비해 왔다.
50세 이상 연령층을 대상으로 취업 컨설팅, 교육, 각종 비용 지원, 세제혜택 등을 실시한 것이다. 고령 퇴임자에 대해선 부문별근로아카데미, 신창업수당과 같은 고용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발표한 ‘OECD국가 중고령자 고용정책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신창업수당은 창업 시 첫 13주 동안 주당 65파운드, 13주부터 26주까지는 주당 33파운드를 지급한다. 부문별근로아카데미는 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능력을 갖춘 고령구직자를 현장에 배치시키는 프로젝트다. 이때 월급은 정부와 시립구직센터가 실업급여•양육비•교통비 등으로 충당한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 고용이 불안정한 나라로 꼽힌다. 이에 따라 프랑스의 고용정책 중 고령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드물다. 대신 고령자를 우대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고령자에게는 고용계약기간을 다른 계층보다 최대 3배까지 길게 제공하고, 고용주에게는 보다 많은 채용보조금을 지원한다. 최근엔 고령자와 청년의 노동문제를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세대계약’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1960년대 연령차별 금지한 미국
세대계약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내걸었던 공약 중 하나다. 25세 이하 청년과 57세 이상 중고령 노동자 간 멘토 계약을 통해 고용안정을 촉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명의 기술자를 양성하기까지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비정규직 청년 한 명이 정규직 중고령층 한 명에게 최대 3년간 기술이전을 받는다면 어떨까. 기술자 양성, 노인고용, 청년실업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세대계약이다. 이외에도 프랑스는 사회보험형태인 공적연금제도와 사회부조제도인 최소노령수당을 통해 노인 소득불평등을 최소화하고 있다. 김경아 국민연금연구원 박사는 “선진국 노년층의 경우 시장소득 불평등도는 높아도 가용소득(소득에서 사회보장부담금과 과세를 제외한 금액)불평등도는 현저히 낮다”며 “그에 반해 우리나라 노년층은 시장소득과 가용소득 모두 높은 불평등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67년 연령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1986년에는 연령상한선을 폐지했다. 미국에서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무거운 범죄에 속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고령자 고용프로그램은 SCSEP(Senior Community Service Employment Progr am)다. 55세 이상 저소득 중노령층 실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고용•훈련프로그램을 말한다.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습득한 노인들은 교육, 녹지관리, 불우노인지원 등의 업무에 투입된다. 그러나 미국은 유럽국가에 비해 노인지원 인프라가 떨어지는 편이다. 저소득 노인에 한해 부분적으로 지원하는 정도다. ‘저소득노인 지원형’ 정책을 쓰는 나라는 노인빈곤율이 높고 공적소득보장제도가 발달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도 저소득노인 지원형의 성격이 강하다.
OECD에 따르면 미국의 55~64세의 노동시장참여율은 64.3%로 높은 편이다. 65세 이상과 75세 이상의 참여율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결과다. 미국의 노인빈곤율은 22.4%로 OECD평균 13.5%를 크게 웃돈다. 결국 미국 고령자의 노동시장참여율이 높은 것은 높은 노인빈곤율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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