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드헌팅(Head Hunting). ‘헤드’는 회장이나 사장, 중역 등의 고위 경영진을 뜻한다. 헤드헌팅이란 고위 간부를 ‘사냥’하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하면 맹랑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인재를 사냥하다니…. 그것도 헤드, 고위 경영진을 말이다. 사냥이란 게 뭔가. 곰사냥이라면 곰을 총이나 화살로 쏘아 죽인 후 쓸개는 마시고 고기는 구워먹고 가죽은 옷을 해 입는 것 아닌가.
사냥의 목적은 효용가치 극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재 사냥’도 인재를 낚아채 실컷 우려먹은 후 가차 없이 내버려도 된다는 서양식 문화의 언어적 표현 같다. 말꼬리를 잡는다고 시비를 걸어오면 말문을 닫겠다. 하지만 말속에는 철학이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사람이 사냥 대상인가
헤드헌팅업체는 88서울올림픽 전후 한국에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까지는 번창하지 못했다. 한국기업은 일본처럼 평생직장 개념이 강했고, 또 사람을 자르거나 다른 기업에서 빼내 오는 방식에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헤드헌팅은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본격화됐다. 구조조정이란 명목으로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진 것이다. 외국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늘어나고 수시 채용이나 연봉제 등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을 자르는 것도 쉬워졌다. 그 결과 사람도 한 푼 더 준다면 미련 없이 직장을 옮기는데 익숙해졌다. 서양에서 주장하는 노동의 유연성이 높아졌다는 얘기인데, 과연 그게 최상의 정답인지 음미해 볼 일이다.
물론 일부 노동조합이 부리는 억지를 두둔하자는 게 아니다. 평생직장의 미명 아래 판치는 안일무사와 나태를 용인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억지를 제거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전체의 합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이 갖고 있는 자원은 사람뿐이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사람은 더더욱 귀한 창조적 자원이다. 그런데 도려내기를 밥 먹듯이 하고, 사람 역시 소속감을 상실했기 때문에 메뚜기처럼 튀려고만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요컨대 사람은 도구로서의 역할을 강요받고, 또한 그런 도구로 스스로를 몰아간다. 자신의 처지를 도구로 자각한 인간이 과연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창조적 인간이 될 수 있을까.
더구나 우리는 동양인이다. 삼고초려를 미덕으로 알고 있는 유전자가 핏속 깊이 흐르고 있다. 아무리 글로벌을 외쳐도 안 되는 게 있다. 그래서 ‘Think globally, act locally -생각은 세계적으로 하되 행동은 현지사정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무조건 서양식 기업 가치관만을 좇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삼고초려는 못할망정 …
동반성장이 화두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핵심인재 빼가기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핵심인력 수급 불균형의 주요 원인으로 ‘핵심인력 양성 프로그램 도입미비’와 ‘기업의 인재관리 소홀에 따른 핵심인재유출’을 들었다. 요컨대 사람을 사냥해서 쓰다가 쉽게 버리고, 사람 역시 정착하려하지 않고 쉽게 떠다니는 풍토가 핵심인재 부족현상을 야기한 것이다.

결국 기업 측에서도 대체인력 확보에 따른 금전적 손실, 조직의 사기저하와 조직관리 혼란, 그리고 지적재산•노하우 유출 등 직간접적인 경영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바야흐로 사람을 더욱 사람답게 인식하는 게 필요해졌다. ‘인재사냥’보다 ‘인재모셔오기(Par tner Search)’ 그리고 그것보다 ‘인재동반하기(Partner Accompanying)’가 차라리 현명한 살 길이 아닐까 한다. ‘인재 키우기’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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