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2]청년창업가들이 말하는 대기업 고질병

작은 기업일수록 특허에 집착하게 마련이다. 톡톡 튀는 제품이 없으면 경제정글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서다. 하지만 작은 기업의 혁신제품이 성공해도 문제다. 대기업이 특허권을 가로채거나, 카피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젊은 창업가들은 대기업의 문제점으로 ‘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창의성 훔치기’를 꼽았다.
세계 최초 MP3플레이어를 국내 중소기업 디지털캐스트가 개발했다는 건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다. 아직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자금력이 부족했던 디지털캐스트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MP3를 팔기 위해 당시 대기업이던 새한미디어와 손을 잡았다. 디지털캐스트는 제품을 생산하고, 새한미디어는 유통판로를 뚫는 게 각자의 임무였다. 하지만 디지털캐스트가 만든 MP3는 어느샌가 새한미디어의 제품으로 둔갑됐다. 돈은 새한미디어로 몰렸고, 디지털캐스트는 또다시 자금난에 빠졌다.

황씨의 특허가 ‘원천기술’과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새한미디어는 결국 남은 특허권을 아이리버에 넘겼고, 이는 다시 미국기업으로 팔렸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완전히 넘어간 것이다. 새한미디어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차남 이창희 회장이 설립한 기업으로 지금은 코스모그룹에 편입됐다.
주목할 점은 국내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슬쩍 훔치려 했고, 미국기업은 제값이든 헐값이든 돈을 주고 사려 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특허권은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다. 그 특허가 경쟁력이 있다면 큰돈을 주고라도 사들인다. 제아무리 작은 소프트웨어라도 그것을 개발하는데 들어간 노력과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올해 4월 야후가 15세 소년이 개발한 뉴스 요약 애플리케이션(앱) ‘섬리’를 3000만 달러(약 345억원)를 주고 인수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은 중소기업가 애써 만든 특허를 존중하지 않는다. 새한미디어가 그랬던 것처럼 카피제품을 만들어 특허제품을 무력화시킨다. 인력을 빼내거나 특허권을 은근슬쩍 가로채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재벌 가문을 키우는 가업 승계(55명)’와 ‘정경유착을 유발하는 부도덕성(44명)’이 그 뒤를 이었다. ‘소수 지분을 활용한 기업지배(20명)’나 ‘정권 눈치보기식 투자(14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편이었다. 벤처기업의 아이디어까지 가로채는 대기업의 경영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외침이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 @juckys3308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