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팔아 충성심을 얻다
불편함을 팔아 충성심을 얻다
  • 김미선 기자
  • 호수 48
  • 승인 2013.06.18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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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바르 캄프라드 이케아 회장의 ‘역발상 경영학’

헛간에서 출발했다. 특유의 검소함을 무기로 저가가구 시장을 직접 열었다. 매출은 40조원, 전 세계 매장은 300곳이 넘는다. ‘이케아’의 이야기다. 그런 이케아가 기로에 섰다. 이케아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혀서다. 캄프라드가 빠진 이케아의 미래는 어떻게 설계될까.
 

▲ 전 세계 가구시장에 DIY가구 바람을 일으킨 건 잉그리드 캄브라드 이케아 회장이다.
2006년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쇼 헤더웨이 회장, 멕시코 산업재벌 카를로스 슬림에 이은 세계 4위 갑부는 잉그바르 캄프라드(87) 이케아 회장이라고 발표했다. 저가 가구 하나로 글로벌 갑부가 된 캄프라드가 막내아들 마티아스 캄프라드에게 이케아 회장 자리를 넘기고 휴식에 들어간다.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1943년 스웨덴의 작은 헛간에서 창업한 이케아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창업주다. 이케아의 매출은 276억 유로(약 40조원·2012 회계연도 기준)에 달한다. 매장수는 전세계에 343개나 있다. 직원수는 13만9000여명으로 자타공인 세계 최고 가구업체다.

헛간에서 시작한 가구공룡 이케아


이케아의 핵심은 ‘DIY(Do it Yourself) 가구’다. 완제품이 아닌 조립식 가구로 이케아는 성공을 일궜다. 이케아 창고형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은 설명서를 보고 직접 조립한다. 소파를 산 고객은 상자를 직접 뜯어 조립하고 천 커버를 다림질해 씌우는 작업까지 모두 해야 한다. 고객이 ‘디자이너’ ‘배송설치 기사’를 도맡아 하는 셈이다. 이케아는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는 대신 절약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케아에서는 조립 소파가 29달러, 유리 장식장이 66.99달러, TV 선반대는 무려 2달러부터 시작한다.

 
캄프라드는 이렇게 전통적인 가구 개념을 깨부쉈다. DIY 가구가 가구업계의 트렌드가 된 데는 이케아의 영향이 크다. 가구를 둘러싼 고정관념도 깼다. 과거 가구 개념이 ‘부모에게 물려받는 것’ ‘10년 정도 쓰다가 바꾸는 것’이었다면 이케아가 새롭게 정립한 개념은 이렇다. ‘가구는 1~2년마다 최신 유행의 스웨덴 가구를 직접 디자인해 쓰는 것이다.’

이케아가 처음부터 저가 가구를 팔았던 건 아니다. 캄프라드는 1943년 스웨덴 엘름훌트의 ‘헛간’에 식탁용 매트·손목시계·스타킹 등 이것저것을 쌓아놓고 ‘방문판매’를 통해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가구를 처음 판 것은 1948년, 저가가구에 주력하기 시작한 건 1951년이었는데, 스웨덴 사회당 정권이 주택 100만호를 건설계획을 발표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스웨덴 가구 제조업자와 소매상들은 여전히 고가를 유지했고 소비자는 새롭고 저렴한 가구를 원했다. 캄프라드는 이점을 노렸다. “값이 싸면서도 질 좋은 제품을 팔자.” 그는 팔고 있던 고가 가구와 다른 물건을 모두 처분하고 저가 가구에만 주력하기 시작했다.

 
조립식 가구가 탄생한 건 이로부터 5년 후다. 1951년 이케아의 한 젊은 디자이너가 자동차 트렁크에 탁자를 집어넣다 공간이 부족해 다리를 잘라 상판 아래에 붙이다가 탄생한 게 플랫팩(flat pack) 가구다. 플랫팩 가구는 조립식 가구를 평평하게 포장한 것을 말한다.

캄프라드는 1976년에 쓴 자서전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다수의 편에 서기로 했습니다.” 그는 대중의 더 나은 일상생활을 위해 저가 가구를 팔기로 결심했고 그 철학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캄프라드가 저가 가구를 별 탈 없이 팔았던 건 아니다. 그의 저가 공세에 스웨덴 가구 상인들이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 스웨덴 전국가구연합상은 가구공급업체에 압력을 넣어 이케아와 거래를 하지 말도록 강요했다.

하지만 그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제조비용이 저렴한 이웃국가인 폴란드 가구공급업체에 제조를 의뢰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가구생산망을 전세계 지역으로 넓히기 시작했다. 1991년에는 유럽·캐나다 등 9개국에 36개 공장을 둔 스몰란드의 스웨드우드 회사를 인수해 제조망을 넓혔다. 2008년 기준으로 이케아의 가구공급업체는 1350여개다. 캄프라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공급업체를 늘려가며 저가 상품을 꾸준히 늘려갔다.

 
이케아가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이유는 캄프라드의 검소함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다. 캄프라드는 15년 된 볼보 승용차를 손수 운전한다. 비행기를 탈 땐 이코노미석을 고집한다.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주말 할인행사를 기다려 쇼핑을 한다. 이런 캄프라드가 물건을 만들고 남는 ‘자투리’를 가구재료로 활용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케아의 이불 속 깃털은 닭털이다. 이는 캄프라드가 중국 재래시장에 갔을 때 털이 뽑힌 닭을 보고 낸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그는 어딜 가든 ‘버려진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살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캄프라드는 이렇게 말했다. “자원 낭비는 이케아에겐 큰 죄다. 그것은 인류의 가장 큰 병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당신의 자원을 이케아식으로 쓰라. 그러면 아주 작은 수단으로 큰 결과를 이룰 것이다.” 그의 검소한 경영 철학은 직원들에게도 전이됐다.

짠돌이식 경영 성공 비결

이케아 관리자들은 비행기를 탈 때 일등석을 타지 않는다. 이코노미 클래스나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한다. 숙소는 주로 컨테이너 같은 싸구려 모텔이다. 한번은 이케아의 한 중역이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캄프라드에게 항공기 1등석 구매를 요청했다. 때마침 이코노미 좌석이 만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캄프라드는 이렇게 말했다. “이케아에 1등석은 없습니다. 대신 자동차로 갈 수는 있을 거요.” 그 중역은 택시를 타고 350마일을 여행했고, 알찬 결실을 맺었다. 그의 ‘구두쇠 경영’이 이케아 성장의 밑거름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케아의 또 다른 성장엔진은 캄프라드의 불도저식 경영이다. 1986년 이케아가 총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했을 때 그는 경영팀에 이렇게 말했다. “이 금자탑의 의미를 1분간 가만히 되새겨보자.” 1분 후 직원들은 다시 일을 시작해야 했다.

▲ 이케아는 전 세계 300개가 넘는 매장을 두고 있다. 이케아 매장은 주로 외곽지역에 대규모 창고형 점포로 운영된다.국내에는 내년 광명시에 1호점을 오픈한다.
이케아 직원에게 캄프라드의 경영방식은 가혹할 수 있다. 하지만 직원들은 그를 존경한다. 자유와 유연함을 존중하는 경영방식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에 항상 이렇게 말한다. “책임 있는 자유를 누려라. 겁쟁이처럼 굴지 말라.”

이처럼 캄프라드는 명실상부한 이케아의 과거이자 현재다. 하지만 더 이상 미래는 아니다.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해서다. 당장 이케아는 캄프라드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경영을 물려 받은 막내아들이 그와 같은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케아의 가구는 싸지만 조립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극복해야 한다. 스웨덴에선 어떤 파티에서 벌칙에 걸리면 ‘이케아’를 조립시킨다고 한다.

그만큼 조립이 어렵고 짜증나는 일이라는 얘기다. 캄프라드는 “이케아는 이번 세대교체로 지금과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며 “우리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렇다. 이케아는 캄프라드가 빠진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이케아는 어쩌면 ‘기로’에 서있을지 모른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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