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학의 고전성형열전 ⑬
하지만 100세 장수시대를 맞이하다 보니, ‘희稀’를 ‘다多’로 고쳐야 한다는 말의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칠순을 ‘고다古多(아니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뜻에서 ‘GODA’라고 적자는 주장도 있다)’로 새로 바꿔 부르자는 것이다. 농담반 진담반이지만 참 좋은 세상인 것은 틀림없다.
두보가 쓴 ‘인생칠십고래희’ 앞엔 ‘주채심상행처유酒債尋常行處有’라는 시구가 나온다. 가는 곳마다 심상의 외상 술값이 깔려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심상尋常’이라는 말은 고대 중국의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다. 심尋은 8자 길이, 상常은 16자 길이다. 겨우 3.3㎡(약 1평) 면적쯤으로 보면 된다. 다시 말해 당시의 모든 술집이란 술집에는 두보의 술값 외상이 깔렸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다음은 심상이란 말과 관련해 고전 「장자莊子(현암사)」 가운데에 나오는 그 내용이다.
“물길을 갈 땐 배를 사용하는 것 이상이 없고 육지를 갈 땐 수레를 사용하는 것 이상이 없다네. 배로는 물 위를 갈 수 있지만 그것을 육지에서 밀고 간다면 평생이 걸려도 불과 얼마를 못 갈 것이다.”(381쪽, 안동림 역주)
그렇다. 육지를 횡단할 때 배를 이용하면 평생이 걸려도 얼마 가지 못할 게 틀림없다. 다시 두보의「곡강曲江」을 이야기하자. 그 한시漢詩 일부는 이렇다.
朝回日日典春衣,
每日江頭盡醉歸.
酒債尋常行處有,
人生七十古來稀.
조정(직장)에서 퇴근하고 날이면 날마다 전당포에 봄옷을 맡긴다. 그리고는 매일 강가에 나가서 술을 마시다가 돌아온다. 어차피 외상 술값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마다 깔려 있어 발걸음이 육지에서 밀고 가는 배처럼 얼마를 못 간다. 다시 술 생각이 난다.
누군가 물었다. 성형외과 병원이 왜 서울 강남에만 몰려 있냐고 말이다. 정말이지 그렇다. 퇴근 후 집으로 걸어가는 길목의 곳곳마다 서형외과가 깔려 있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퇴근 후 종일 강가에서 술에 취했지만 필자는 한강변 압구정에서 퇴근 후 걷는 내내 성형외과 간판이 많은 현실에 아득히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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