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몰레드(AMOLEDㆍ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패널 제작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기술을 빼낸 다국적 기업 본사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를 받는 기업은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오보텍사다. 오보텍사는 한국지사를 통해 기술을 빼 간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초기에는 오보텍사에 한국 정부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아 수사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검찰은 국부 유출 사건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 수사 결정을 내렸다.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김영종 부장검사)는 오보텍코리아 직원들로부터 아몰레드 패널의 회로도를 넘겨받은 본사 임원, 기술정보를 수집한 홍콩법인 직원과 중국·대만의 영업담당 직원에게 출석을 통보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아몰레드 기술 유출과 관련해 한국지사에 대한 수사만 마무리됐을 뿐 오보텍 본사와 외국 법인 관련자에 대한 수사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다양한 방법으로 본사와 외국법인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 결정에 대해 오보텍 본사와 외국 언론, 디스플레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6월 27일에는 상당수 외국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또 일부는 수사팀에 직접 자료를 요청했다.
오보텍사는 마지막까지 기소대상에서 한국지사를 제외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보텍 본사가 나스닥에 상장돼 있어 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자회사인 한국지사가 기소되면 본사는 나스닥에 해당사실을 공시해야 한다.
오보텍사는 법인 기소를 피하기 위해 ‘우리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일이 벌어지면 삼성과 LG 역시 망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수사팀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밝힌 수사 결과에 따르면 오보텍코리아 직원들의 혐의는 대부분 드러났다. 오보텍코리아 직원들이 빼낸 아몰레드 기술 중 일부는 피해 업체 직원에게서 입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조사결과 구속기소된 오보텍코리아 직원 김모씨는 삼성과 LG의 아몰레드 기술을 빼내 발표용 자료로 정리해 본사로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GATE와 SD레이어 ACI 이미지’ 부분은 LG디스플레이 직원에게서 직접 건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LG디스플레이 직원은 김 씨가 아몰레드 패널의 불량부위 점검에 필요하다고 하자 아무런 의심 없이 자료를 파일째 넘겨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던 해당 직원은 자신이 넘겨준 자료가 발표용 자료로 정리돼 오보텍 본사에까지 보고된 사실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회로도만큼의 핵심기술은 아니지만 LG직원이 넘겨준 자료 역시 절대 외부로 나가서는 안 되는 자료”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협력사와 긴밀한 기술협력 관계를 구축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악용해 직원을 속이고 기술 자료를 의도적으로 빼돌린 행태는 매우 악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유출된 삼성과 LG의 55인치 TV 아몰레드(AMOLED) 기술은 개발비만 2조원 넘게 투입됐고, 가치는 수십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사결과 발표 후 경기도는 6월 28일 오보텍코리아(주)의 평택 공장을 현곡산업단지에서 퇴출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현곡산업단지는 경기도가 조성한 외국인투자기업 전용단지다. 경기도는 또 일체의 행정·재정적 지원 중단과 함께 세금 감면 등 이미 제공된 인센티브도 예정이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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