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 하느니 상장철회가 낫다
기업공개 하느니 상장철회가 낫다
  • 유두진 기자
  • 호수 47
  • 승인 2013.06.11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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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상장 줄어든 이유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던 업체들이 상장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과거엔 주식시장 상장이 기업의 숙원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상장철회 비중은 2010년 11.9%에서 2012년 20.6%로 늘어났다. 급기야 한국거래소가 직접 상장사 유치에 나섰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 기업은 기업상장(IPO)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투명한 경영을 투자자에게 인식시킨다. 그런데 상장에 나서는 기업이 줄어들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8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순이익은 2795억원으로 전년보다 118% 늘어났다. 빼어난 실적 덕분인지 포스코건설을 둘러싸고 ‘거래소 상장설’이 잇따랐다. 2009년과 2010년 상장을 추진한 적이 있기 때문에 상장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거래소 상장을 위한 예심청구에 나서려면 5월 말까지 상반기 실적에 대한 감사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포스코건설은 지정감사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의 연내 상장 역시 물 건너갔다.

# 반도체용 웨이퍼실리콘 생산업체인 LG실트론은 2011년부터 거래소 상장을 준비했다. 그러나 남유럽발 경제위기로 증시상황이 여의치 않자 상장예비심사청구일정을 연기했다. 지난해 LG실트론은 다시 상장작업에 돌입했고, 그해 10월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승인을 받았다. 이번에는 상장이 되나 싶었다. 그러나 올 1월 LG실트론은 증권시장 상장계획을 돌연 철회했다. LG실트론 관계자는 “기업을 공개하기에는 시장상황이 무르익지 않았다”며 “상장준비는 잠정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상장을 미루거나 계획을 철회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과거엔 주식시장 상장이 ‘기업의 숙원’이었지만 이는 옛말로 전락했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2010년 135곳에서 2011년 97곳, 2012년 63곳으로 감소하고 있다. 상장을 신청했다가 자진 철회하는 기업 비중은 2010년 11.9%에서 지난해 20.6%로 뛰어올랐다.

 
기업이 상장을 철회하는 것은 경기침체 때문이다. 특히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건설업종은 기업공개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워낙 안 좋다보니 언제쯤 상장을 추진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사정이 신통치 않은 철강업종도 마찬가지다. 동부특수강•아주베스틸 등이 상장을 준비하다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다.

경기침체는 공모가 미달에 대한 우려도 불러왔다. 최근 상장한 삼목강업의 경우 희망공모가는 4000원에 육박했으나 실제공모가는 2600원에 그쳤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로 인한) 공모가 저평가에 대한 우려가 상장을 철회하는 주된 이유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주식은 자본시장의 꽃이라 불린다. 기업은 상장을 통해 성과를 공유하고 또 새로운 투자를 받으며 성장한다. 새로 상장하는 기업이 없는 시장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유동성과 투명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직접 상장사 유치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거래소는 6월 19일 상장회사협의회•중견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비상장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상장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와 비슷한 행사는 연례적으로 열렸지만 최근 상장기업이 줄어들면서 홍보를 크게 강화했다”고 밝혔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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