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사과에도 CU에 남은 문제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 처음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매장점주가 자살했음에도 그랬다. 되레 언론의 취재를 교묘히 방해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는 법.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됐고, CU는 사과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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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가 점주자살 사건에 대한 언론의 취재를 교묘하게 방해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
올 5월 21일 용인시 기흥구의 CU 점주 김모씨가 40알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7월 편의점을 오픈한 김씨는 적자의 늪에 빠지면서 폐점을 생각했다. 하지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위약금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밤샘운영을 했지만 건강만 나빠졌다. 본사 직원에 ‘하루만 쉬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그는 생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다. 곧장 약국에서 구입한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사망했다.
사건 이후 CU는 벼랑에 몰렸다. 올해 들어 사망한 4명의 편의점 점주 중 3명이 CU 점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CU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덮으려 했다. 무엇보다 김씨의 사망진단서를 조작했다. 고인의 사망진단서 사인死因에 ‘항히스타민제 중독’이라는 소견이 있었지만 BGF리테일은 이 부분을 지우고 언론에 배포했다. 항히스타민제는 수면유도제에 함유된 성분이다.
언론의 취재는 교묘하게 방해했다. CU의 일부 점주는 본사 영업본부 직원 SC(Store Consultant) 등으로부터 “언론의 질문에 일절 대응하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취재가 있으면 당연히 본사측에서 확인이 필요하다”며 “일부 점주들이 그런 문자를 받은 것은 몇몇 SC들이 자체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건은 CU의 기대와는 다르게 진행됐다. 교묘하게 은폐를 시도했지만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참여연대·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전편협)는 홍석조 BGF리테일(CU 운영회사)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을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언론의 취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꼼짝도 하지 않던 BGF리테일이 서둘러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재구 BGF리테일 사장은 사망진단서 조작에 대해 시인하고 고인에게 사과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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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규 CU경영주 모임 회장은 “정작 홍석조 회장은 빠지고 회사의 월급쟁이들이 하는 사과가 무슨 진정성이 있냐”며 “본사 위주의 영업배분율과 24시간 운영 등의 악조건을 개선할 만한 대책을 제시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홍석조 회장이 이번 사과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책 마련은 내부적으로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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