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주거복지정책인 ‘행복주택’의 청사진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과는 달리 도심에 개발되는 게 특징이다. 서민층의 실질적인 임대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시행계획과 관련해 잡음도 흘러나온다.

행복주택은 쉽게 말해 유휴지•철도부지에 짓는 서민용 임대주택이다. 주거복지를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과 비슷하다. 물론 세부 내용은 다른 점이 많다. 도심 외곽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짓고 분양 위주로 접근한 게 보금자리 주택이라면 행복주택은 도심 속 공공시설용지에 저렴한 월세의 임대주택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행복주택은 국민행복기금과 함께 새 정부 서민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불린다. 하지만 5월 20일 행복주택 개발에 대한 구체안이 나온 이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지역간, 사업자간 선호도가 갈리며 논란이 일고 있는 것 같다. 뭐가 문제일까. 행복주택의 허와 실을 살펴봤다.
도심 속 행복주택, 논란 많아
정부는 행복주택을 향후 5년간 총 20만호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시범사업으로 1만호를 건설할 계획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잠실•송파•목동•오류•공릉•가좌지구, 경기 안산 고잔지구 등 7곳에 시범적으로 1만여 호의 행복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별로는 목동이 2800호로 가장 많고 잠실 1800호, 송파 1600호, 오류 1500호, 고잔 1500호, 가좌 650호, 공릉 200호 등이다. 전용면적은 기존 영구임대주택과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로로 단절된 세느강 13구역을 주거복합단지로 구성한 프랑스 리브고슈(Rive Gauche)와 일본의 니시다이 주택단지, 홍콩의 클롱베이 데파트가 성공사례로 꼽힌다. 행복주택의 임대료는 일반시세의 50~70% 안팎으로 결정될 전망된다. 행복주택의 저렴한 임대료는 서민 입장에서 반길 만하다. 하지만 환영의 시각이 많은 만큼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Issue1
지역마다 호불호 엇갈려
실제 거주를 유도함으로써 서민주거안정을 꾀하는 행복주택의 기본취지는 훌륭하다. 그러나 추진지역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일단 오류•공릉 지역은 행복주택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 지역은 젊은층 인구가 적고 낙후시설이 많다. 침체된 지역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오류동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철도부지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세권 활성화를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목동지구는 주민 반대가 거세다. 관할 양천구청에는 ‘행복주택 사업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민원이 잇따를 정도다. 이들이 행복주택에 반기를 드는 이유는 학군에 있다. 특목고 진학 상위 5개 중학교가 몰려있는 목동에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행복주택 입주민 자녀가 들어오면 교육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가 들어서면 기존 집값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행복주택은 인근 아파트의 매매시세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며 “행복주택으로 인해 임대수익률이 떨어지면 주택매매 가격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ssue2
불투명한 재원조달계획
등잔 밑이 어두운 걸까. 많은 관심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행복주택이지만 정작 사업비마련에 대한 구체안이 없다. 상업•업무시설 개발을 병행함으로써 사업비를 충당하고 모자란 부분은 정부에서 일부 지원하겠다는 모호한 계획안만 나온 상태다.
업계에선 공공임대주택 한 채를 지을 때마다 약 1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한다. 행복주택 20만호를 만드는 데 필요한 예산이 20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사업시행자가 사업비를 조달할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행복주택의 주된 사업시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역세권에 단지를 조성할 경우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부분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자들은 재정상태가 신통치 않다. 현재 LH공사는 138조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 중단으로 회사존립이 위태로운 코레일은 말할 것도 없다. 시범사업 1만호에 대한 재원마련이야 가능하더라도 나머지 19만호에 대한 사업비 조달계획이 또 필요하다. 국토교통부 공공주택개발과 관계자는 “시범사업에는 개발관련 시행착오와 재원마련 방법까지 포함된다”며 “1만호 시범사업을 무사히 마치면 사업비마련 계획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Issue3
교통혼란 어찌하오리까
먹고살기 빠듯한 서민일수록 도심에 거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도심에 일자리가 많고 불편한 점을 해결하는 것도 쉬워서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은 외곽에 지어지다 보니 일터로의 접근성이 떨어져 불편했다. 이에 반해 도심 한복판에 지어지는 행복주택은 노동인구의 직주(직장•주거지)접근이 용이하다. 그러나 이는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교통체증이다.
신규로 행복주택이 1000호만 늘어나더라도 2~3인 가구 기준으로 계산하면 지역 내 2000~3000명의 인구가 추가된다. 그런데 행복주택은 도심에 개발돼 추가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게 쉽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보행접근로와 자전거길을 추가로 확보해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교통과 토지이용을 상호연계해 교통정체 문제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러나 녹록하진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임대아파트나 원룸에 거주한다고 자동차를 몰고 다니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교통체증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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