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고우면에 빠진 영국
영국이 좌고우면左顧右眄 상태다. 경기침체를 벗어나려면 복지비용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이 비용을 줄이면 저소득층의 삶이 더 팍팍해진다. 실제로 저소득층의 보조금을 줄인 이후 임시숙소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저소득층이 증가하고 있다.

영국이 심각하다. 복지빈민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복지빈민가는 노동인구의 절반 이상이 실업상태인 것을 말한다. 아울러 빈민들이 치솟는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채 도시외곽으로 밀리는 ‘연쇄이동’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영국의 독립연구기관 ‘사회정의센터(CSI)’의 자료에 따르면 가족구성원 모두가 일하지 않는 인구는 680만명에 달한다. 웨일스 북부에 있는 릴 웨스트구區의 경우 노동인구의 67%가 실업수당을 받는다. 버밍엄시市의 브랜드우드구區, 블랙번시市의 웬슬리 폴드구區 노동인구의 각각 60%, 59%도 실업수당을 받는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영국의 어린이 180여만명이 실업가정에서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까지 5만3130여 가구가 임시숙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9% 증가한 수치다. 이곳에 사는 가정의 자녀들은 다닐 만한 학교조차 없다. 에드워드 스미스 런던 엔필드 자치구 의원은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중학교를 더 지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업·주택문제가 심화되는 이유를 영국 복지시스템에서 찾고 있다. 영국 한 자선단체 관계자는 “최근 영국정부는 얼마 되지도 않는 저소득층을 위한 보조금을 삭감했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의 임시거처를 마련해주는 데 쓰는 돈이 더 많아졌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영국에 불고 있는 ‘복지논란’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복지비용을 줄여야하는 영국은 ‘부자증세’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부를 비롯한 주요 부처들은 2015~2016 회계연도까지 예산 10%를 절감해야 한다.
영국 노동부는 최근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연금 생활자는 국가에 복지수당을 반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긴축재원 마련을 위해 부유층 연금생활자에게 복지수당을 자발적으로 반납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던컨 스미스 영국 노동장관은 “복지수당이 필요하지 않은 부유층 연금생활자는 연료보조금·무료승차권·TV수신료 바우처 등을 자발적으로 반납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 반대편에선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자유민주당 당수인 닉 클레그 부총리는 “복지 재원을 위해 최상위 부유층의 희생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지급한 복지수당을 돌려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보수당 원로인 케네스 클라크 하원의원도 “복지수당을 다른 좋은 일에 쓰는 것은 연금생활자가 결정할 문제지 정부가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정소담 기자 cindy@thescoop.co.kr|@cindyd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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