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학의 고전성형열전 ⑫
지난해 겨울 어느날 병원에 형순씨가 찾아왔다. 형순씨 실제 나이는 이제 쉰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예순이나 예순다섯쯤으로 보였다. 원래 나이보다 훨씬 더 들어 보이니 성형외과 문을 두드릴 만했다. 그를 보며 ‘행복’이란 두 글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행복은 ‘성적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까지 나왔을까.
2000년대 들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공부만 잘한 못생긴 여자보다 공부는 뛰어나게 잘하지 않지만 외모가 뛰어난 여자의 수입이 훨씬 높아졌다. 그래서일까. 2010년이 되면서 너도나도 ‘성행순’을 바란다. ‘성형이 행복의 순서잖아요’라는 의미다.
실제로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다. 성형외과에는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관상에 따라 얼굴을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색시상’이고, 다른 하나는 ‘색쇠상’이라고 한다. 한끗 차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한자어의 어원을 따져보면 색시는 色視로 쓸 수 있고, 색쇠는 色衰가 적절하다. 그래서 색시는 세인의 주목을 받는 관상을 말하는 것이고, 색쇠는 세인의 관심이 멀어지는 얼굴을 의미한다는 거다.
사자성어 ‘색즉시공’에서 파생된 새로운 직장 풍속도 있다. ‘색시즉공’과 ‘색쇠즉공’이다. 말 그대로 색시즉공은 ‘얼굴이 밝아지니 공(0)이 더 붙는다’는 뜻이다. 색쇠즉공은 정반대다. ‘얼굴빛이 어두워지니 공(0)이 하나 더 줄었다’는 의미다. 외모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직장 풍속도를 잘 보여준다.
요즘 유행하는 ‘현대 나이 계산법’도 그렇다. ‘난 지금 몇 살?’ 이게 요지다. 원래 자신의 나이에 0.8을 곱한 나이대로 보이면 성공한 거고, 1.8을 곱한 나이로 보이면 실패한 인생이란다. 하지만 세상에 ‘늙어 보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들 젊어 보이고자 애쓴다. 성형순씨가 성형외과 문을 두드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늙어 보이는 외모 때문에 영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외모경쟁력이 영업력으로 이어진 격이다. 그에겐 눈 주위 노화현상을 개선하는 ‘하안검 수술(회춘성형)’이 필요했다. 다크서클을 만드는 눈밑 지방과 늘어난 피부 때문에 얼굴이 늙게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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