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달라진 제일모직 두 CEO

2012년 말. 패션업계 안팎에선 제일모직의 캐주얼 브랜드 ‘후부(FUBU)’가 회사차원에서 정리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당시 제일모직은 “브랜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으며 정리될 일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그해 12월, 윤주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이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에 임명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윤주화 사장이 패션사업을 수개월 검토한 후 내린 결정은 수익성 낮은 브랜드를 정리하는 거였다. 이 과정에서 14년 역사의 ‘후부’의 정리가 결정됐다. 힙합 콘셉트가 젊은 고객의 마음을 끌지 못해 실적이 부진하다는 게 이유였다. 남성정장 브랜드 ‘갤럭시’를 정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진출 브랜드도 정리대상에 올랐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브랜드 중 수익성이 나쁜 브랜드를 철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에잇세컨즈•빈폴아웃도어 등 성장세가 있는 브랜드는 이번 재정비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최근 양산하기 시작한 OLED사업이 안정되면서 재료사업을 강화하게 된 것”이라며 “박종우 케미칼•전자재료 부문 사장이 제조공정을 일일이 챙길 정도로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간판 바꿔달 때 된 듯
제일모직이 전자재료사업을 육성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 성장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10년 전만 해도 이 회사의 주요사업은 패션•섬유였다. 2000년 기준으로 패션•섬유 비중은 전체의 44%에 달했다. 전자재료사업 비중은 2%에 불과했다. 직물사업(11%)보다 비중이 작았다. 하지만 제일모직은 현재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변신했다. 패션•섬유의 비중은 29.5%로 줄어든 반면 전자재료 부문은 26.1%로 크게 높아졌다. 케미칼(44%)을 포함하면 화학사업 비중이 전체사업의 70%가 넘는다.
더구나 전자재료 사업부문은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OLED TV용 소재시장에 진입하는 데 성공하면 매출 2조원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제일모직은 올해 전자재료 사업부문의 매출 목표를 1조8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제일모직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전자재료사업 부문을 육성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일모직의 팔색조 변신이 시작됐다. 패션이 아닌 전자재료사업이 핵심 성장동력이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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