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MVNO)이 이동통신업계의 ‘작은 거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신비가 저렴해서다. 하지만 대리점이 없는 탓에 가입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에서 알뜰폰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신비 절감을 기대하며 반기는 쪽이 있는 반면 경쟁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활정보지 광고영업사원 하명환(32•가명)씨는 요즘 불어나는 통신비 때문에 고민이다. 불경기라 실적은 제자리걸음인데 영업 때문에 통신요금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답답한 마음에 아침신문을 읽던 하씨는 무릎을 ‘탁’ 쳤다.
‘알뜰폰(MVNO)을 통해 통신요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을 접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발표한 ‘알뜰폰 서비스 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뜰폰 서비스의 이용요금은 기존 이동통신사에 비해 월평균 41.3% 저렴하다. 통화품질 질문에도 응답자의 94%가 “기존 이통사와 동일하다”고 밝혀,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알뜰폰 대리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알뜰폰 업체에 문의하니 인터넷이나 홈쇼핑을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홈쇼핑은 방송시간을 맞추기 번거롭고 인터넷은 가입절차가 은근히 복잡하다. 업무하기에도 벅찬 하씨는 결국 알뜰폰 가입을 포기하고 말았다.
사례처럼 알뜰폰에 가입하려다 대리점을 찾지 못해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알뜰폰 대리점을 찾지 못해 가입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질 듯하다. 업계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우본)는 이르면 7월부터 알뜰폰 업체가 우체국을 통해 알뜰폰 판매를 할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할 예정이다.
전국 3600여개에 이르는 우체국 네트워크를 통해 알뜰폰 위탁판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우본 관계자는 “사업안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알뜰폰 업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알뜰폰 가입자의 확대는 통신비를 줄이려는 새 정부의 방침과도 맞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우본이 이통업계에 직접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일부 언론은 우편사업 적자를 메우기 위해 우본이 직접 알뜰폰사업자로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우본은 정부기관이기 때문에 현행법상 알뜰폰 사업을 직접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본 네트워크를 통한 판매지원 소식이 나오자 알뜰폰 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원이 특정 업체에게만 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알뜰폰 전문업체인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우본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가입자 유치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그 지원이 대기업 계열 알뜰폰 업체로만 몰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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