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첨단공법의 개가다. 드라이버 제조업체의 주장에 따르면 1인치가 길면 20야드는 더 날아간다고 한다. 15년전 우스남처럼 고생하며 근육을 강화할 것도 없이 20㎝ 신장차 쯤이면 드라이버로 해결하는 셈이다.
이안 우스남(웨일즈)을 처음 본 것은 1997년 레이크사이드CC에서 열린 현대마스터스 때였다. 세계프로골프 톱 10에 랭크된 그를 인터뷰하는 순간 “도대체 이런 선수도 골프를 하는가”는 생각이 들었다. 키 162㎝. 멀리서 플레이를 보면 마치 돌이 굴러가는 것 같았다. 이 대회에서 그는 88년 마스터스 챔피언인 180㎝의 샌디 라일(스코틀랜드)과 연장 끝에 우승했다.
우스남은 270야드 안팎의 장타를 날렸는데, 그의 장타가 웬만한 사람 종아리 수준의 엄청난 팔뚝근육의 힘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백스윙때 두팔을 쭉 뻗어 스윙반경을 최대로 만든 뒤 골프채를 빠르게 끌어내리는 팔뚝의 힘이 강력하다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특정 선수에 대한 분석은 신체구조, 근육형태 등이 관찰의 우선 개념이었다.

골프경력 20년 이상된 분들이라면 카본이나 스틸샤프트 재질의 골프채를 휘두르다가 부러뜨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골프숍마다 부러진 채가 산더미처럼 쌓였었다. 그때 드라이버는 43~44인치였다. 요즘은 헤드도 훨씬 크고, 샤프트는 아주 가는데도 46인치라도 불량품이 아니면 좀체 부러지는 일이 없다. 첨단공법의 개가다. 드라이버 제조업체의 주장에 따르면 1인치가 길면 20야드는 더 날아간다고 한다. 15년전 우스남처럼 고생하며 근육을 강화할 것도 없이 20㎝ 신장차 쯤이면 드라이버로 해결하는 셈이다.
‘멀리’와 ‘정확’은 반비례
얼마전 골프친구가 일본제라며 48인치의 드라이버를 자랑했다. 필자의 것도 긴 편인 45.5인치짜리였는데, 과연 그의 무기는 ‘한방’ 맞으면 확실히 멀리 나갔다. 그렇다면 아예 왕창 긴 드라이버는 어떨까. 어차피 주말골퍼는 규정에 따를 필요도 없는데. 지난해 미국의 한 골퍼가 5m(약 200인치)짜리 드라이버를 제작했다.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범을 보였다. 계산대로라면 3000야드는 날아갔어야 했는데 실망스럽게도 146야드였다.
그렇다면 46이 아니라 50, 60인치를 만들면 될 것 같지만 드라이버 제품 가운데 46(여성용은 44)인치 이상은 거의 없다. 만들어봤자 팔리지도 않는다. 인간의 한계수준 때문이다. ‘멀리’와 ‘정확’은 반비례한다. 프로골퍼들에게 드라이버는 폼이며, 퍼트는 돈이다. 아무리 거리가 난다 해도 러프에 처박히면 있으나마나다. 때문에 미국 PGA 투어프로들 대부분은 드라이버가 45인치를 넘지 않는다. 과학적 근거를 발견할 수 없어 유감이지만 현재 인간의 한계로는 45인치가 거리와 정확성의 최대공약수인 것같다.
불쌍한 우리의 주말골퍼들은 그래도 길고, 낭창낭창한 드라이버가 좋다. 한방의 희망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나보다 20㎝ 이상 큰 거인의 스윙 스피드를 낼 수 있다는 것도 더 할 수 없는 매력이다. 하지만 임팩트 순간의 스피드와 샤프트의 휨 조절까지 완벽했다해도 볼을 100원짜리 동전크기의 페이스 중앙(sweet-spot)에 정확히 맞혔을 때와 아닌 것의 차이는 최대 50야드까지(20%,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언도 비숫한 수치다)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전 때 상당수의 티 샷은 44인치 드라이버만 못할 수도 있다.

생각하는 골퍼라면 이 상황에서 요령을 찾아내야 한다. 페이스 중앙에 근접하는 임팩트. 이 칼럼을 계속 본 분이라면 금세 떠오르는게 있을 것이다. ‘천천히 팔을 떨어뜨리는 스윙’이라면 정확성은 확실히 커진다. 주말골퍼에게 스윙 요령의 제 1장 1절은 ‘느린 스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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