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부는 농심·카스 열풍
‘미지의 시장’ 몽골에 K-Food 열풍이 불고 있다. 매운맛의 농심 라면과 톡 쏘는 느낌이 일품인 오비맥주 카스가 몽골을 사로잡고 있다. 한류 덕도 있지만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승부를 던진게 주효했다. 몽골시장을 장악한 농심과 오비맥주의 비결을 살펴봤다.

# 오비맥주가 몽골 맥주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10%에 달한다. 프리미엄 맥주만 뚝 떼놓고 보면 시장점유율은 30%로 치솟는다. 로컬맥주보다 50%나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린다. 톡 쏘는 맛으로 몽골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몽골은 해외 가공식품의 천국이다.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몽골이 가공식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몽골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슈퍼에 들러 제품 원산지를 보면 몽골에서 만들어진 게 거의 없을 정도로 수입산이 많다”고 말했다. 조병욱 몽골한인상공회의소 사무장은 “과자·빵·우유·주스·맥주를 제외하고 몽골이 자체 생산하는 품목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외교부 자료(2011)에 따르면 몽골의 국내총생산(GDP)은 광산업(27.4%)·농축산업(17.5%)이 주축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농심과 오비맥주의 인기가 별것 아닐 수도 있다. “해외 가공식품의 인기가 많은 몽골에서 농심과 오비맥주가 잘 팔리는 건 당연하다”며 깎아내리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몽골시장에 들어오는 가공식품 대부분은 러시아·중국산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수입이 용이해서다. 농심과 오비맥주가 러시아·중국산을 뚫고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2003년 사스 바람이 불었을 때 중국을 비롯한 북부대륙지역에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대륙 사람들이 의문을 품은 게 있었는데 ‘왜 한국에는 죽은 사람이 없느냐’였다. 이들은 그 해답을 ‘김치’에서 찾았고, 김치를 건강식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김치찌개 라면을 앞세운 농심의 전략은 통했고, 이는 신라면의 인기로 이어졌다. ‘김치 콘셉트’가 매운맛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이제는 한국의 매운맛에 매료된 몽골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치 내세워 라면시장 점령
김치와 매운맛만이 성공비결은 아니다. 농심은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썼는데, 바로 ‘마트식 홍보기법’이었다. 몽골에는 대형마트가 별로 없다. 국내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대형마트의 ‘시식 마케팅’은 당연히 없다. 몽골진출을 위해 현장조사를 하던 농심 관계자들은 이를 간파했다. 몽골 사람들을 상대로 ‘라면 시식 캠페인’을 펼치면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농심 관계자는 “매대 정리를 체계적으로 하고, 시식 마케팅을 활발하게 진행한 게 몽골 소비자에게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농심은 몽골시장에 더 많은 라면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구명선 농심 중국법인장은 “올해는 보다 많은 브랜드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물론 중소도시까지 공략해 시장점유율 50%를 돌파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비맥주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몽골시장을 공략했다. 다양한 카스 브랜드 가운데 ‘카스레드’ ‘카스후레쉬’ 두 제품만 수출하고 있다. 그중 국내에서 잘 팔리지 않는 ‘카스레드’를 몽골을 뚫을 전략제품으로 삼았다. 수출 전 현장조사를 통해 몽골인이 높은 도수의 맥주를 선호하는 걸 간파하고 ‘6.9도’의 카스레드를 수출한 것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추운 날씨 때문인지 몽골인은 보드카 같은 도수 높은 술을 즐겼다”며 “맥주를 먹을 때도 높은 도수의 술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카드레드를 선봉에 세웠다”고 말했다.
도수 높은 맥주로 승부수

사회공헌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오비맥주는 몽골의 사막화를 막는 활동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2010년부터 카스 판매액의 1%를 기금으로 조성해 사막화가 진행되는 몽골지역에 나무를 심는 환경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환경의 소중함과 함께 한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알리면 오비맥주의 마케팅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시장에 맞는 독특한 전략으로 승부를 걸지 않으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 몽골시장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는 농심과 오비맥주는 국내에서 쓰던 마케팅 전략을 포기했다. 몽골시장에 맞는 상품을 라인업하고, 톡톡 튀는 마케팅 전략을 선보였다. 해외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에겐 언제나 ‘특별한 비법’이 있게 마련이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