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수의 항공우주강국 만들기
우리나라가 세계 민항기 시장에 본격 진입하기 위해선 대당 수백억원이 넘어가는 민항기를 개발•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까다로운 인증절차를 밟아야 한다. 진통이 따르겠지만 지금도 늦었다. 인천국제공항에 언제까지 다른 나라의 비행기만 있어야 하는가.
대부분의 공산품은 일반 소비자에게 팔리기 전 ‘인증절차’를 밟는다. 세계 각 정부는 저마다의 인증기준을 만들어 판매허가를 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KS, 일본의 JIS, 미국의 UL, 독일의 DIN 등이다.
미국 보잉의 B747이나 유럽 에어버스의 A380 같은 민항기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공산품 중에서 가장 엄격한 인증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모든 민항기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연방항공법(FAR)에 의한 인증절차를 통과해야 전 세계공항에서 이•착륙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자국산 민항기도 그런 과정을 거쳐야 수출할 수 있다. 군용기는 일반적으로 미국의 군사규격(MI L-SPEC)에 따라 개발•시험•생산이 진행되는데, 수입국에서만 성능을 인정하면 양국 협상으로 수출할 수 있다.

항공기 세계시장 규모는 연간 7000억 달러(800조원)에 달한다. 그중 군용기는 20%, 민수기는 8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민수기는 자가용•여객용•화물용을 포함하는 모든 민간 항공기를 말한다. 이중 여객기가 민항기(민간 항공용 여객기)다. 우리나라는 KT-1 기본훈련기, T-50 초음속 훈련기의 개발성공으로 내수와 수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KUH 헬리콥터도 개발에 성공했다. 군용기 부분은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세계 항공기 시장의 블루오션인 민항기 시장을 놓쳐선 안 된다.
민항기 인증제도 중에는 소형 자가용 비행기급의 FAR Part 23과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민항기급의 Part 25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KC-100(4인승 자가용급 프로펠러기)을 만들어 국토교통부의 감항인증(비행기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다는 증명)을 받았다. 조만간 미국 FAA로부터 Part 23급 인증서도 받는다. 이는 미국 FAA와 우리나라 정부간에 Part 23급의 상호항공안전협정(BA SA) 체결로 이어져 우리나라가 KC-100급의 항공기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의미다.
하지만 KC-100급 항공기는 대당 가격이 수억원대에 불과한 저가항공기다. 우리나라가 세계 민수기 시장에 본격 진입하기 위해선 대당 수백억원이 넘어가는 민항기를 개발•수출할 수 있는 FAA Part 25급 인증과 이에 따른 BASA를 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Part 25급의 민항기를 해당 인증 절차에 따라 연구•개발•시험•평가해 제작해야 한다. 민항기 기체 자체의 개발비는 물론 Part 25급 인증에 필요한 시험•평가시설 등 선진 항공기 제작국으로서의 인프라도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세계 민항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갖춘다. 한발 더 나아가 항공전자를 비롯한 첨단 시스템 통합 기술 발전도 기대된다. 국토교통부와 필자는 공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중소형 제트민항기(KABJ)를 연구•개발해 FAA Part25급 인증과 BASA 체결 절차를 거쳐 세계 민항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로드맵과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비즈니스 제트기 R&D로 이어져야
KC-100급 저가항공기에서 실제 수요가 있는 고가의 비즈니스 제트기로 하루빨리 넘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수천억원대의 혈세가 필요한 만큼 정부 당국의 신중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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