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학의 고전성형열전 ⑩

형만한 아우 없다고 그랬던가. 마량은 백미白眉라는 말의 주인공이다. 마속은 읍참마속泣斬馬謖의 당사자다.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엄정히 법을 지켜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을 비유할 때마다 ‘마속’이라는 말이 오르내린다. 다시 말해 유비가 쓴 마량이 칭찬을 받았다면 제갈량과 함께한 마속은 호된 벌칙을 받은 셈이다. 다음은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촉서蜀書」 ‘마량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마속은 일반 사람을 뛰어넘는 걸출한 재능을 가졌고 군사 전략에 관한 논의를 좋아했는데, 승상 제갈량은 그를 높이 평가했다. 유비는 임종할 무렵에 제갈량에게 말했다. “마속은 말이 실질을 넘어 크게 쓸 수 없으니 잘 살피시오!”
하지만 제갈량은 마속을 크게 쓴다. 그런 마속은 위나라 장수 장합과의 전투에서 대패한다. 제갈량이 중대한 실책을 범한 거다. 이처럼 지인지감은 사람을 쓰는 위치에 있는 리더에게 매우 중요하다. 누구를 쓰느냐에 따라 희비喜悲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유비가 주인공인 사자성어가 있다. 비육지탄肉之嘆이다. ‘허벅지에 살이 오름을 탄식한다’는 뜻이다. 황석영의 「삼국지(창비刊)』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밖으로 나온 현덕은 무심코 자신의 넓적다리를 보고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넓적다리에 두둑하니 살이 오른 게 한심스럽게 여겨진 탓이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현덕의 얼굴에 눈물자국이 있는 것을 본 유표가 묻는다.
“무슨 일이오.”
현덕이 길게 탄식하며 대답한다.
“전에는 하루도 몸이 말안장을 떠나지 않아 허벅지에 살이라곤 없었는데, 근자에 오랫동안 말을 타지 않았더니 살이 많이 올랐습니다. 이렇다 할 공적도 세우지 못한 채 세월만 덧없이 흘러 벌써 장년기에 접어들었으니 참으로 서러운 생각이 듭니다.”
나이 50이 돼서도 변변한 재산도 없이 허송세월만 하고 있으니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게 남자의 비육지탄이라면 여자의 비육지탄은 좀 다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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