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드라이버 제조업체들이 버바 왓슨이나 타이거 우즈가 쓰는 드라이버와 똑같은 제품을 내놓으면 당장 망한다. 판매의 관건은 초속 35~45m 수준의 골퍼들을 위해 거리를 더 낼 수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로선 비결은 딱 한가지. 샤프트에 있다.
멀리 나가는 요인을 열거하자면 100가지도 넘는다. 지난주에 언급한 ‘느린스윙이 더 거리가 난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한 한가지 팁은 바로 1번 우드(드라이버)의 특성이다.
1970년대 세계 최고의 장타를 과시했던 잭 니클라우스의 비거리(지면에 떨어진 뒤 굴러간 거리는 없는 것으로 계산)는 270야드 안팎이었다. 미국PGA투어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선수들의 평균 비거리는 260야드를 넘지 않았다. 톱프로들의 300야드 시대는 아주 최근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요인을 언급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드라이버 제조업체들의 ‘샤프트 혁명’이다. 1930년대 보비 존스 시절의 감나무 원시시대에서 요즘은 최첨단 티타늄 샤프트가 주종인데, 샤프트 휨의 절묘한 배합은 드라이버 마다 전부 달라 평균 계수산출 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 PGA가 상반기 대회중에 선수들의 플레이를 측정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마스터스 챔피언 버바 왓슨의 드라이버 헤드의 임팩트 순간 헤드 스피드는 초속 66m로 316야드의 비거리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거 우즈는 초속 58m로 310야드. 얼마전 인천공항의 한 골프장이 내장객의 비거리를 측정했는데 평균 180야드였다. 초속 35m 안팎의 스피드다. 이게 주말골퍼 수준이다.
2007년 김선웅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가 같은 대학 김창국 교수와 함께 펴낸 ‘골프, 원리를 알면 10타가 준다’란 책을 보면, 한 개의 볼을 6개의 각각 다른 제품의 드라이버로 스피드별로 측정했는데 헤드 스피드가 초속 35m를 정점으로 빠를수록 무려 5개 드라이버에서의 반발계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타이거 우즈가 똑같은 환경에서 6개의 샘플 드라이버로 각각 쳤다면, 어떤 것은 310야드 날아가지만, 280야드 가는 것도 있다는 얘기다. 불량 제품이 아니다. 6개 중에 어느 것이 좋은 드라이버일까. 골퍼 기량에 따라 다르다.
드라이버제조업체들이 버바 왓슨이나 타이거 우즈가 쓰는 드라이버와 똑같은 제품을 내놓으면 당장 망한다. 구매자의 99%는 주말골퍼. 장타라고 해봤자 초속 45m(비거리 약 250야드) 이상을 구사하는 주말골퍼는 거의 없다.
업체 입장에서 판매 관건은 초속 35~45m 수준의 골퍼들을 위해 거리를 더 낼 수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로선 비결은 딱 한가지로 바로 샤프트에 있다. 스윙을 빨리한다고 헤드스피드가 빨라지는 건 아니다. 10명이 일렬로 손잡고 원을 그릴 때 첫 번째 사람은 1초에 10㎝만 움직여도 바깥쪽 사람은 전력으로 질주해야 하는데, 골프채의 샤프트는 바깥쪽 사람의 능력을 우사인 볼트 이상으로 만드는 마법이 있다.
타이거 우즈의 비디오를 갖고 계신 분은 지금 보면서 팔로만 빈 스윙을 해보시라. 80노인이라도 우즈의 속도만큼 거뜬히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실전에서 초속 58m 스피드가 나지 않는 것을 육체적 문제라고 인정하는 분이라면 샤프트의 마법을 이용하시라.

이제 생각하는 골퍼들께서 다시 빈스윙을 해보시라. “도대체 얼마나 천천히 (스윙을)해야하는 거야?”는 생각이 났다면 당신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이미 10% 이상 향상됐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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