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고민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경련 회장)이 달라졌다. 조용하고 묵묵한 오너로 통했던 그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경련 회장을 맡은 이후부터다. 최근에는 전경련 창조경제특위 위원장을 맡으며 “정부의 창조경제 구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창조경제특위가 내놓은 대책을 두고 ‘재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의 또 다른 별명은 ‘묵묵한 오너’다. 어지간해서는 앞에 나서는 법이 별로 없다. 뒷전에서 묵묵히 일을 챙기는 스타일이다. 한 대학 동문은 “대학 경영학과 교우회장을 맡고 있는 허 회장이 앞에 나서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항상 뒤에서 학교와 교우들을 후원한다”고 말했다.
허창수 회장의 묵묵한 스타일은 GS그룹 경영에서도 나타난다. 허 회장은 GS 대표이사 회장으로 그룹 전체의 성장 방향을 정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짠다. 하지만 계열사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 그런 허 회장이 달라졌다. 거칠어졌다는 게 아니다. 조용했던 그가 자신의 목소리를 외부에 내기 시작했다. 전경련 회장을 맡은 2011년 2월부터다. 2011년 6월 21일 전경련 회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허 회장은 감세 철회•반값 등록금 등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을 지적했다. “반값 등록금과 같은 정책은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다. 포퓰리즘성 정책에 대해서는 재계 의견을 제대로 내겠다.”
그런 와중에 재계 안팎에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대기업에 경제력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비판이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공정거래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당연히 대기업이 모여 만든 민간경제단체인 전경련이 비난의 중심에 섰다.

허 회장은 올 2월 연임과 함께 경제민주화와 관련 ‘기업경영헌장’을 발표하면서 전면에 나섰다. 허 회장은 “경제민주화와 사회통합 등을 통해 대기업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기업경영헌장은 기업들이 최선의 방안을 논의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창조경제특별위원회 발족도 주도했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허 회장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창조산업에 적극 투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경영헌장을 둘러싸고 대기업이 펼치고 있는 일반적인 경영•사회공헌•동반성장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창조특위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대기업이 이미 하고 있는 경영활동, 특히 연구•개발(R&D)•신성장동력 확보•인재양성에 ‘창조’를 붙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허 회장으로선 재계 입장만 대변할 수도 없고, 정부정책을 반길 수도 없다. 다시 전면에 나선 그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허 회장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메아리는 없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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