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사진작가 열전
‘사진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있다. 거리패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사토리얼리스트(The Sartorialist)다. 사진집 하나로 ‘길거리 패션 작가’라는 별칭을 얻은 스캇 슈먼이 펴낸 사진집이다. 스캇 슈먼이 사진집을 낸 계기는 생각보다 소박한데, 디지털카메라와 블로그 때문이었다.
디지털 카메라는 좁은 길에서도 민첩함을 발휘했고, 블로그는 다양한 대중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스캇 슈먼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가 보고 경험한 길거리 패션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블로그에 올리며 많은 이들과 소통했다.
길거리 패션의 진수 ‘사토리얼리스트’

이 사진집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패션을 볼 수 있다. 공사장 인부·페인터·이발사 등 우연히 마주칠 만한, 그래서 전혀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 한껏 멋을 부린 젊은 남녀,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노인, 눈을 뜨고 보기 어려운 과감한 의상을 입은 이들도 여과 없이 등장한다.
스캇 슈먼은 지난해 두번째 사진집 ‘사토리얼리스트 클로저(The Sartorialist: Closer)’를 발간했다. 두가지 버전으로 내놨는데, 하나는 이탈리안 클래식 슈트를 차려입은 중년 신사를 커버 모델로 세웠다. 다른 하나는 민트색 스커트를 입은 개성 넘치는 흑인 여성을 내세웠다. 다른 시각으로 패션과 사람을 보는 그의 영민함이 읽힌다.
‘사토리얼리스트 시리즈’만큼 주목받는 현대 사진집은 또 있다. 흥미롭게도 R&B 힙합가수로 그래미상을 3번이나 수상한 퍼렐 윌리엄스 프로듀서의 사진집이다. 가수와 프로듀서로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는 퍼렐은 패션리더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독특한 스타일링과 코디법으로 추종세력까지 거느리고 있다. 그가 무대에서 입은 티셔츠·신발·모자가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품절될 정도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퍼렐, 내가 있었던 장소와 공간(Pharrell, Places and Spaces I've been)’이라는 사진집을 냈다. 이름처럼 그의 패션철학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이 착용한 옷의 정보, 직접 론칭한 패션 브랜드 ‘Billionaire Boys Club(BBC)’, 유명 브랜드의 콜라보 한정판 아이템 정보가 담겨 있다.
한국의 스캇 슈먼 ‘남현범’

한국의 ‘사토리얼리스트’라는 애칭을 얻은 그는 스캇 슈먼과 패션 콘셉트가 비슷하다. 한 포털사이트의 개인 블로그 ‘Street fsn’에 뉴욕여행 중 찍은 길거리 패션 사진을 올리면서 인기를 끌어서다. 그래서인지 Street fsn 길 위에서 당신을 만나다를 보면 길거리 패션의 감수성이 물씬 풍긴다. 문화적 차이로 발생하 패션의 이질감을 부드럽게 정화한다. 해외 길거리 패션이지만 한국인이 공감대를 형성할 만하다는 이야기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내에 남현범 작가 같은 ‘독특한 사진작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이정윤 패션·음악 전문기자 enjoyjay@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