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5일. 역사는 이날을 ‘금값 파동일’로 기록할 것 같다. 금값이 9% 이상 폭락하면서 1980년대 이후 하루 기준 최대 하락폭을 기록해서다. 당장 한국은행이 불똥이 떨어졌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금 보유량을 큰 폭으로 늘려왔기 때문이다. 금값 하락세에 따른 경제적 손익계산서를 짜봤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이 심상치 않다.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15일(현지시간) 전날보다 무려 140.30달러(9.3%) 내린 온스당 1361.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980년 이후 23년 만에 일일 최대 하락률이다.
이에 따라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2011년 2월 이후 2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금 선물은 전 거래일인 4월 12일에도 63.50달러(4.1%) 급락했다. 이틀 동안 13% 수준의 내림세가 나타낸 셈이다. 1974년 미국에서 금 선물 거래가 시작된 후 이틀 동안 금값이 200달러 이상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값 폭락에 키프로스 중앙은행의 금 매도 계획 발표, 상장지수펀드(ETF) 금 보유량 하락 지속, 골드먼삭스 금 매도 보고서, 달러화 강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보스톤 마라톤대회 테러는 금 가격 지지 요인이었지만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폭락세가 이어졌다”며 “키프로스 금 매각이 다른 유럽 국가들의 중앙은행 금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요 급락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동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 13.9t 중 10t 규모를 매각하기로 합의한 게 금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손동현 연구원은 “키프로스가 매각하는 금 규모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금 가격이 급락했던 시기에는 중앙은행들의 금 매도가 동반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시장에 던지는 의미가 막강하다”고 설명했다. 유로존 국가 중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등 금 보유량이 높은 국가들이 금 매도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또 다시 얼렸다는 것이다.

한은은 1998년 4월 이후 13년 만인 지난 2011년 7월에 금 25t을 매입한 뒤 같은해 11월 15t을 추가로 사들였다. 지난해에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30t의 금을 매입했고, 올해 1월 금 20t을 또 샀다. 최근 3년 새 다섯 차례에 걸쳐 총 90t을 47억1000만달러에 산 것이다. 전체 금 보유량(104.4t)의 86.2%에 해당한다.
한은이 사들인 금의 매입 단가는 온스당 1627달러로 추정된다. 하지만 15일 기준 금값은 온스당 1347.95달러로 급락했다.
박주연•변해정 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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