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에 대한 선입견
스윙에 대한 선입견
  • 이병진 발행인
  • 호수 39
  • 승인 2013.04.19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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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핸디캡이 높을수록 자기 과대평가와 과소평가가 혼재한다. 어쩌다 드라이버가 280야드 날아갔다고 “난 한 방이 있다”라며 장타자라고 으스대다가 정작 필드에선 18홀이 끝날 때까지 단 한번의 한 방이 터져주지 않는 경우가 주말 골퍼들에게는 흔하다.

데카르트는 200년에 걸친 화려한 유럽문화운동 르네상스의 꼭대기 점에 있는 17세기 프랑스 철학자다. 근대철학은 그로부터 본격화됐다. 그의 고백서 「방법서설」에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언이 나온다.

▲ 샷을 하기도 전에 우쭐하거나 겁을 잔뜩 먹는다면 제대로 된 스윙을 할 수 없다.
이 저서는 완전한 존재, 즉 ‘신은 있다’는 단 한 가지 결론을 위해 100여 페이지에 지루할 정도로 사례를 열거하는데, 거의 대부분은 인간의 생각(인식)에서 나오는 오류에 대한 내용이다. 이 ‘오류’를 ‘선입견’으로 표현하겠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잘못된 모든 선입견은 자유의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선입견은 이후 수백년 동안 수많은 철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이 시대에 이르러 독일의 철학자 가다머는 선입견에 대해 ‘평소 축적된 정신적 자산으로 작용하면서 (스스로) 이해를 촉진한다’는 이론을 폈다. 선입견은 그대로 두면 갈수록 정신속에 뿌리를 내리고 만다는 얘기다.

필자의 청년시절 철학 얘기는 각설하고, 필드에서도 이같은 선입견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필자와 30여년 골프인연이 있는 모 대기업 경영진의 한분은 지난해부터 110야드 안팎을 남겨둔 상황이면 4번 우드를 선택했다. 필자보다 골프내공이 월등하고 팔순이 다 된 분이어서 감히 얘기를 못 하던 차에 얼마 전 라운드 때는 참을 수가 없었다.

“드라이버가 180야드 나가는데 어찌 110야드에서 몽둥이를 잡으십니까?” “모르는 소리. 가볍게 쥐고 치면 딱 핀에 붙은 적이 많았거든.” 언제 한두 번 그런 적이 있었겠지. 몇 개 홀을 지나 마침 똑같은 상황이 왔다. 어김없이 4번 우드를 쥔 그분에게 잠깐 멈추고 드라이버 스윙처럼 빈 스윙을 세 번 하라고 강요했다. 날아가는 것을 보지 말고 앞에 서있는 제 발만 끝까지 보고 하프스윙을 하라고 일렀다. 그린을 훌쩍 넘어갔다.

선입견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공통 현상

핸디캡이 높을수록(못치는 골퍼일수록) 자기 과대평가와 과소평가가 혼재한다. 어쩌다 드라이버가 280야드 날아갔다고 “난 한 방이 있다”라며 장타자라고 으스대다가 정작 필드에선 18홀이 끝날 때까지 한 번의 한 방이 터져주지 않는 경우가 주말 골퍼들에게는 흔하다.

물을 무서워하는 골퍼도 있다. 150야드짜리 파3 홀인데 140야드까지 연못(해저드)이 펼쳐져 있을 때 몸이 굳어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8번 아이언으로도 충분한 골퍼가 6번, 심지어는 우드를 잡는다. 마음을 내려놓은 편안한 모양이 아니라 겁을 잔뜩 집어먹은 패배자의 자세다. 어떠한 샷을 하든 하기도전에 파 플레이는 글러버린 상태다.

‘점보’ 오자키의 등장으로 장타신드롬이 일기까지 일본골프는 정확성을 우선시하는 이른바 ‘똑딱이 골프’였다. 잔디를 한껏 자라게 한 뒤 대회 직전 아주 좁은 폭으로만 페어웨이를 만들었다. 러프에 들어갔다 하면 그야말로 끝장이었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드라이버를 잡는 선수가 없었다. 일본골프는 수십년 동안 그래왔다. 오자키가 아니었다면 일본은 지금도 ‘드라이버는 안 돼’라는 선입견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우리의 스타 최경주도 미국에 진출하면서 비록 페어웨이는 넓지만, 무시무시한 러프를 의식해 웬만하면 아예 벙커플레이가 낫다고 여겨 대비한 결과, PGA에서도 최상위급 벙커플레이어가 됐다. 데카르트의 고백을 다시 인용해 ‘성급한 인식의 오류(선입견)는 수시로 교정될 수 있으나, 권위에서 생겨난 오류는 오래 간다’는 말을 ‘생각하는 골퍼’들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섰을 때 “한 방 시원하게 날려버리자!”는 우쭐함이나, “안될 것 같다”가 아닌 “내가 할 수 있을까”란 마인드로 출발한다면 당신은 선입견을 제거한 위대한 마인드컨트롤 승리자다. 골프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닥치는 세상만사가 그런게 아닐까. 긍정의 선입견, 긍정의 마인드가 생각하는 골프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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