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업계엔 마케팅 공식이 있다. ‘등산’을 내세우면 끝이라는 거다. 대형 아웃도어 업체가 등산복을 핵심 콘셉트로 내세우거나 산악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등산이 아닌 이색스포츠를 콘셉트로 삼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의 마케팅 공식은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등산’이다. 노스페이스ㆍ코오롱스포츠ㆍK2ㆍ블랙야크ㆍ콜롬비아ㆍ네파 등 규모가 큰 아웃도어 브랜드 업체는 대부분 ‘등산 마케팅’을 펼친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아웃도어 시장이 등산복을 중심으로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웃도어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등산복을 활용해 마케팅을 펼치는 건 당연했다. 굴지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등산이나 산악인과의 인연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 공식이 깨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등산’을 내세우지 않은 마케팅을 펼치는 신규 아웃도어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아웃도어 브랜드가 스포츠 전반을 아우르는 마케팅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론칭 1~2년차 신규 아웃도어 브랜드가 그렇다.
지난해 9월 아웃도어 업체 F&F가 론칭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세련된 디자인에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재킷을 주력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까진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와 크게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마케팅 전략이 다르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데 적합한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콕 찍어서 어떤 스포츠에 적합하다고 홍보하지 않는다. 등산복이라는 콘셉트도 내세우지 않는다. 이 회사가 지난해 12월 진행한 ‘패러글라이딩 캠프’가 대표적 사례인데, 국내에선 아직 익숙하지 않은 패러글라이딩을 소개하면서 활동적인 스포츠와 어울리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부각했다. 올 1월엔 산악스키, 2월엔 믹스클라이밍 캠프를 열어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색 스포츠를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도 있다. 스포츠 브랜드 EXR은 ‘레이싱’을 모티브로 아웃도어 제품을 출시했다.
레이싱을 모티브로 삼은 만큼 홍보전략도 색다르다. 레이싱을 활용한 모터쇼 프로모션이나 레이싱 경기 고객초청은 등반에만 익숙한 아웃도어 시장에 신선함을 주고 있다. 이런 전략 덕분인지 EXR은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170개 매장에서 총 1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희연 EXR 주임은 “우리의 레이싱 제품은 방수ㆍ방풍 같은 기본적인 기능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스포츠에 적합하다”며 “등산 콘셉트를 내세우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 @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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