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과 정보가 투명하지 않을수록 학부모나 수험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사교육비는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이런 점에서 국가 공공저작물의 자유로운 이용은 교육 민주화와 교육평등기회 구현에 도움이 된다.

미국 저작권법은 국가 저작물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미국 정부저작물이란, 미국 정부의 관리나 근로자가 그의 직무의 일부로서 작성한 저작물이다(101조).” “미국 정부의 어떤 저작물도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다만, 미국 정부가 양도•유증•또는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이전된 저작권을 인수 또는 보유할 수는 있다(105조).” 국가 저작물에 대해서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배제해 국민이든 기업이든 이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가저작물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공공저작물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국민이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상식이 명확하게 법률로 표현된 입법례가 미국저작권법이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 온라인사업 발전의 근간인 콘텐트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미국저작권법의 위 규정을 들고 있다.
한국정부의 인식은 다르다. 저작권법의 주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누리’라는 정책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부가 선별적으로 등록한 국가저작물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제도는 국민의 국가저작물 이용권리를 제한하고 있을뿐더러 콘텐트산업 활성화도 막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기록과 연구결과를 민간영역에서 자유로이 접근하고 이용할 수 없다면, 국가저작물을 활용조차 할 수 없다. 국가저작물의 자료를 활용해 산업화를 꾀하는 민간 콘텐트 사업자의 행동에도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다.
美 저작권 보호 배워야
물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국가저작물의 자료를 민간 콘텐트 사업자가 수집하면 그만 아닌가’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다. 민간영역에서 공공정보와 동일한 수준의 결과를 얻으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민간 콘텐트 사업주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그만큼의 투자를 할 여력이 많지 않다. 대기업들이 그런 투자를 해도 문제가 남는다. 이는 국가와 민간이 ‘중복투자’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 부처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정보 내지 공공저작물은 민간영역의 각 산업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요컨대 경찰청의 자료는 국민 안전•보안 등의 산업영역에 큰 도움이 된다.
교육과학기술부 저작물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에게 국가저작물을 이용할 권리와 더불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교과부가 만들어낸 저작물의 중요성이 크다.
수능기출문제•국정교과서•공무원시험 기출문제 등이 공개되지 않고 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다면 이는 음성화되고 사교육비를 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교육정책과 정보는 투명하지 않을수록, 자주 변할수록 학부모나 수험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사교육비는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이런 점에서 국가 공공저작물의 자유로운 이용은 교육 민주화뿐만 아니라 교육평등기회 구현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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