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세정기 제조업체 아쿠아픽 이계우 대표
구강세정기를 아는가. 입에다 물을 쏴서 이물질을 제거하는 제품이다. 치과의사가 좋아할 리 만무하다. 구강세정기가 인기를 끌면 치과를 찾는 환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그런데 치과의사가 먼저 극찬한 구강세정기가 있다. ‘아쿠아픽’이다. 아쿠아픽을 직접 개발한 이계우 대표의 드마라틱한 스토리를 들어봤다.

이 대표는 20대 후반 독일 카보(Kavo)사社 한국 지사에 3년 가까이 근무했다. 카보사는 100년 넘은 세계 최고의 치과 기자재 업체다. 업무 특성상 치과에 자주 방문해야 했던 그는 치과의사를 만나면 이렇게 묻곤 했다. “치과에 환자가 많은 이유가 뭡니까.” 의사들 대답은 한결같았다. “양치질을 제대로 못해서죠.” 그랬다. 치아와 잇몸 사이 칫솔이 닿지 않는 부분은 양치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물질이 많이 쌓인다. 세균이 잇몸 사이로 침투해 충치·치석·플라그가 발생하고 치주질환으로 이어진다.
이 대표는 궁금했다. 양치질로도 해결할 수 없는 구강 속 ‘사각지대’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있었다. ‘구강세정기’였다. 구강세정기는 작은 대롱을 통해 물을 강하게 쏘아 치아 사이를 깨끗하게 하는 기구다. 칫솔모를 스스로 회전시키는 전동칫솔과 달리 물을 이용해 칫솔이 잘 닿지 않는 부위나 치아 사이의 이물질을 빠르게 제거한다.
하지만 이 대표가 구강기를 처음 접했을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해외 브랜드의 값비싼 구강세정기가 전부였다. 가격은 30만~40만원이었다. 일반인이 구입하기엔 턱없이 높은 가격이었다.
이 대표는 틈새시장을 봤다. 저렴한 구강세정기를 출시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내로라하는 외국산 구강세정기를 모두 사들여 연구하고 분석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제품을 만들 준비를 끝냈지만 제품생산비가 없었다. “자금을 모으려고 안 해 본 일이 없었어요. 무역업도 했고, 심지어 양말도 팔았죠. 그래도 꾸역꾸역 버니까 제품생산비가 마련되더라고요. 곧바로 대만으로 날아갔죠.”
당시 대만의 전자기술은 국내보다 한발자국 앞서 있었다. 이 대표는 공장에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구강세정기 1000개를 국내에 들여왔다. 브랜드 이름은 한달 정도 고심한 끝에 아쿠아픽으로 정했다. 아쿠아(aqua·물)와 투스픽(toothpick)을 합친 말로 우리나라말로 하면 ‘물쏘시개’다. 구강 속에 물을 쏴서 이쑤시개처럼 구석구석 닦아 주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아쿠아픽 효능, 치과의사가 먼저 알아채

2003년 500여곳의 치과와 아쿠아픽 납품계약을 맺었다. 사실 이 대표는 치과의사들로부터 미움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아쿠아픽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이 치과에 갈일이 줄어들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치과의사들이 되레 중간 판매처를 자청했다.
치과의사들은 임플란트 환자들이나 교정환자들에게 아쿠아픽 구매를 권장했다. 임플란트는 반영구적이다. 임플란트를 심은 후(식립) 주변에 염증이 생기기 쉬워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교정 환자들은 와이어(철사) 사이를 양치질하기란 쉽지 않다. 의사들이 임플란트나 교정환자들에게 아쿠아픽을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쿠아픽은 현재 외국 브랜드 제품보다 인지도가 높다. 국내시장에선 절대강자로 통한다. 10년 동안 3~4개 업체가 구강세정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구강세정기=아쿠아픽’이라는 인식까지 생겼다. 요즘은 이렇게 묻는 사람도 많다. “다른 회사 아쿠아픽은 뭐가 있어요?” 아쿠아픽이 구강세정기의 고유대명사가 된 것이다.
철저한 애프터서비스(AS)도 아쿠아픽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 톡톡히 했다. 아쿠아픽의 무상 AS기간은 1년이다. 하지만 부품교체를 제외하고는 1년이 지나도 무료로 AS를 해준다. 아무리 오래 쓴 제품이더라도 구석구석 안쪽까지 깨끗이 닦아 새것처럼 포장해 보내준다. 이 때문인지 제품AS를 받고 자기 물건을 보내달라며 따지는 고객까지 있다. 오래 쓴 제품을 새것처럼 만들어 보내니 고객이 오해를 한 것이다.
이 대표의 집무실 앞에는 ‘대표실’이라는 팻말이 없다. 대신 ‘계우방’ ‘목소리 제일 크신 분’이라는 팻말이 달려 있다. 직원이 만들어준 것이다. 고객 불만이 조금이라도 전달되는 날에는 ‘목소리’를 한껏 높여서다. 그는 “가족이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철저하게 관리하는 게 철칙”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명함은 더 흥미롭다. ‘사장’ ‘대표’라는 말 대신에 ‘고객감동책임자’라는 직함이 써있다. 대표라는 타이틀보다 고객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읽힌다. 아쿠아픽은 최근 맥동수압을 높이고 디자인을 개선한 신제품을 내놨다. 시판되지는 않았지만 올 3월 중순 독일에서 열린 ‘국제치과기자재박람회(International Dental Show·IDS 2013)’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금 같은 회사 만드는 게 꿈
이 대표의 사무실에는 작은 ‘지구본’이 있다. 그의 꿈은 아쿠아픽을 글로벌 브랜드로 만드는 거다. 현재는 해외매출 비중이 전체의 10%에 불과하지만 점점 커질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 그는 “현재 일본·대만·중국·태국에 지사가 있다”며 “향후 몇 년 안에 52개국에 지사를 세우겠다는 청사진을 세워놨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계 52개국에 해외지사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유는 1년이 총 52주라서다. 나이가 들면 1주에 지사 하나씩을 직접 돌면서 살핌과 동시에 봉사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제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무엇을 위해 사는지가 중요합니다. 단 1분 1초라도 가치 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이 제가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이 대표는 조만간 회사명을 솔트(salt)로 바꿀 작정이다. 그는 “수백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는 소금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제품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고객감동책임자’를 꿈꾼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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