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아닌 지혜 없음을 탓하라
가난 아닌 지혜 없음을 탓하라
  • 심상훈
  • 호수 37
  • 승인 2013.04.05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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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경영 | 세 치 혀를 지혜롭게 쓴 소진蘇秦 -끝-

▲ 소진은 세 치 혀로 성공했다. 그 세 치 혀의 근간은 끊임없는 공부다.
소진은 ‘세 치 혀’만 가지고 성공했다. ‘세 치 혀’의 근간은 췌마揣摩다. 그렇다면 췌마는 무엇일까. 「귀곡자」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천하를 잘 이용하는 자는 반드시 천하의 권력을 계량하고 제후들의 정세를 상세히 조사했다. (중략) 국가의 대소를 판단하고, 인구의 다소를 고려하고, 재화의 유무를 측량하고, 백성의 다소를 고려해 여유롭고 부족한 정도를 판단하며, (중략) 누가 뛰어나고 떨어지는지를 판단하며, 군신지간의 친소관계와 누가 현명하고 모자라는지를 판단하고, 빈객의 지혜와 누가 빈객이 더 많고 적은지를 판단하며, 천시天時의 화와 복을 보아 누가 길하고 흉한지 알아내고, 제후의 친척 중에서는 누구를 쓰고 안 쓰는지를 알아내며, 백성의 민심과 방향을 보아 누가 안정됐고 위험한지, 누구를 좋아하고 증오하는지 알아내고, 그 사람이 바뀌면 누가 편해지는지 등을 알아내는 것이니, 이런 것을 알아내는 것을 천하의 권력을 계량한다고 하는 것이다.
또 제후들의 정세를 자세히 알아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대단히 기뻐할 때 찾아가 그들의 욕망을 부채질해야 한다. 그러면 자신들의 욕망 때문에 정세를 숨길 수 없다. 또 그들이 매우 두려워할 때 찾아가 두려움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러면 자신들의 두려움 때문에 정세를 숨길 수 없다. 이런 방법으로 제후들의 정세를 알아낼 수 있다. 이처럼 대개 안에서의 감정 변화는 밖에서 보이기 때문에 항상 그것을 살펴서 숨은 것을 알아내야 한다. 이것을 “깊이 탐지해 정세를 알아낸다測深揣情”고 한다. (중략) 이렇게 정세를 자세히 조사한 다음 다듬어 문장으로 정리한 후에 그것을 논해야 한다. (중략) 자세히 탐구하려면 은밀히 진행해야 한다. 마치 낚시를 잘하는 사람이 깊은 연못에 조용히 미끼를 던져 고기를 잡는 것과 같다. (중략) 모략에서는 널리 보면서도 세밀하게 보는 것이 가장 어렵고, 말을 하는 데는 전부 듣는다는 것이 제일 어려우며, 일을 하는 데는 반드시 이룬다는 것이 제일 어렵다. 이 세 가지를 이룬 후에야 유세를 할 수 있다.
- 「귀곡자」, 학민사

남을 설득하려면 정확한 정보수집과 시장분석이 기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귀곡자의 가르침智을 ‘내 것慧’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진처럼 스승의 가르침을 다시 복습하고, 현실에 뛰어들어 여러 번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만의 ‘말言하기’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소진이 6개 제후국 모두皆를 계량하고, 상세히 조사하지 않았다면 6개 제후국의 재상을 겸직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해諧’는 상대방을 정확히 알고, 심리를 꿰뚫어야 가능하다. 사마천은 소진을 이렇게 평했다.

소진이 민간에서 몸을 일으켜 여섯 개 나라를 합종하도록 한 것은 그 지혜가 범상한 사람보다 뛰어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 「사기열전 1」, 동서문화사

출세 후 가족과 상봉해 “낙양성을 등진 비탈밭 두어 뙈기만 가지고 있었더라도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고백하는 소진에게서 가난한 신세를 탓하지 않고 노력해서 극복하려는 태도를 배워야 한다.
‘세 치 혀’는 밥만 축내지만, ‘지혜’를 키우면 밥벌이를 잘 할 수 있다. 그러니 재산이 없는 것보다는 지혜를 갖추고 있지 못함을 탓해야 한다. 그래서 어른들이 한 살이라도 어릴 적에 공부하라는 거다.  <끝, 다음호엔 장의張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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