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뭔지 보여주다
‘패션’이 뭔지 보여주다
  • 김정환 뉴시스 기자
  • 호수 37
  • 승인 2013.04.04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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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잊은 이사람 … 이상봉

스타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이 첫번째 책을 펴냈다. ‘이상봉의 패션이즈패션’이다. 앞의 ‘패션’은 Fashion(패션), 뒤의 ‘패션’은 ‘Pass ion(열정)’이다. 한마디로 패션은 열정이라는 의미다. 제목은 조금 식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상봉 디자이너는 만족감을 드러낸다. “어떤 분야든 모두 그렇겠지만 패션에서 열정은 절대 뗄 수 없는 필수 조건”이라서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패션이즈패션을 통해 대중 앞에 스스로 발가벗은 채 신고식을 치렀다. 이 책을 보면 그가 패션에 발을 들여놓는 이야기부터 패션계에서의 활동, 그의 인간관계 등 ‘이상봉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상봉의 원래 꿈은 연극이었다. 과거 서울예대 방송연예과에 진학해 연극배우를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연극배우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이상봉은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디자이너가 됐다. 그의 디자이너 입문기는 다소 놀랍지만 ‘스타 디자이너 이상봉’의 출발치고는 소박하다.

디자이너에게 있어 화려함과 우아함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일은 숙명과도 같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것들까지 낱낱이 드러낸다. 그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던 계기는 1997년 한국 디자이너 대표로 참여한 프랑스 파리의 프레타 포르테에서였다. 프레타 포르테는 파리를 중심으로 뉴욕·밀라노·런던 등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패션 컬렉션이다. 하지만 이상봉은 남들처럼 세계 패션시장에 도전을 위해 프레타 포르테에 참여했다고 거창하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IMF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비즈니스 차원에서 참여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이상봉은 1980년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딘 뒤 숨가쁘게 달려온 자신의 33년 디자이너 인생을 되돌아본다. 그는 ‘스타 디자이너’라는 허명에 가려 열정을 잃는 것을 경계하고 도전 의지를 다진다.

이상봉은 패션이즈패션을 통해 자신 주변의 많은 이들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거론한다. 은사 최경자 선생을 향한 그리움을 전하고 오랜 파트너인 헤어아티스트 오민에게 고마움을 드러낸다. 화가 임옥상, 국악인 장사익, 설치미술가 전수천, 연극배우 안석환, 방송작가 이윤수, 가수 김수철 등의 각계에 퍼져 있는 지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들과의 일화도 낱낱이 공개한다.

포장 대신 진솔함으로 무장

 
이은미·박미경·신효범 등의 굵직굵직한 가수들과의 인연까지 소개하는 걸 보면 이 책이 그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짐작하게 한다. 딸 나나씨의 결혼 이야기나 파리컬렉션 때문에 여동생의 발인을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까지 진솔한 이상봉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이상봉의 개인사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일반인들이 관심을 모을 만한 이야기도 많다. 이미 단순한 패션디자이너를 넘어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이상봉은 그가 한글과 패션을 접목한 이야기, 피겨여왕 김연아의 스케이팅 의상 제작 과정의 뒷이야기도 공개한다.

탁구 국가대표 유니폼 디자인과 얽힌 사연, MBC TV 예능 ‘무한도전’ 패션쇼에 참여한 이야기, 프랑스 영화배우 줄리엣 비노슈와의 만남까지 모두 담고 있다.

매번 드라마틱하고 퍼포먼스하다는 호평을 받는 이상봉 패션쇼의 모든 것, 그리고 매년 그가 봄과 가을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 현장의 이모저모까지 세밀하게 묘사한다. 그와 작업한 패션모델들과 얽힌 비화 등 이상봉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패션이야기들이 차고 넘쳐 패션인들은 물론 인반일들까지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또 책 안에 수록된 60여장에 달하는 사진들은 이상봉의 열정적인 패션 인생을 더욱 생동감 넘치게 전한다. 이씨는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의 패션이 세계인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한국 패션디자이너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패션에 한글을 도입할 때 주변에서는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며 “하지만 오히려 세계적으로 호평을 들었고 이는 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평생 37세, 나이 먹지 않는 비결 
 
그는 앞으로 후배들이 자신처럼 과감한 도전을 통한 패션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스스로를 위한 도전은 이전부터 계속돼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작정이다. 올 1월 이상봉은 ‘입는 예술-벗는 예술’이란 제목의 누드사진 전시를 열었다. 누드모델은 이상봉 자신이었다. 그는 누드전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진짜 알몸 모델로 등장해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절반은 친구와의 의리, 절반은 새로운 도전을 위한 용기였다.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은 자신의 나이를 공개하지 않는다. 포털사이트 등 어떤 경로에도 그의 공식적인 출생연도를 찾을 수 없다. 대신 그는 “나는 서른일곱 살 때 내 나이를 정리했다”며 “디자이너로서 그 이상 나이를 먹지 않겠다”고 말한다. 아마 평생을 늙지 않은 채 젊은 감각을 유지하며 지금처럼 도전하는 삶을 살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김정환 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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