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이 시대 골프 패러다임은 300야드를 훌쩍 넘는 시원스런 장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반대로 더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골프채나 볼에 대한 규제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7600야드 이상의 골프코스는 최근의 추세일 뿐이다.
지난 주말 골프장 관계자와 존경하는 분과 함께 경기도 어느 골프장에 라운드 기회가 있었다. 오픈한 지 수년 된 코스인데 최근 골프 현장에 관심이 적었던 탓일까, 홀 플레이를 거듭하면서 “대한민국 골프코스도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됐다”고 연신 감탄했다.
십수년전 미국 명문코스를 취재하면서 한국의 골프코스와 격세지감을 느꼈다. 미국의 코스가 그동안 얼마나 업그레이드됐을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지난주엔 우리나라의 골프코스도 세계적 수준으로 손색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두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하나는 프로 선수가 코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명문코스 스펙에 ‘7600야드 이상’이라는 조항이 들어가 있냐는 점이다.
최근 20년 동안만 해도 세계 정상급 골퍼들이 자의든 초청이 됐든 국내에서 대회를 치렀다. 그중에는 골프코스 설계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널드 파머•잭 니클라우스 등도 있었다. 1992년도로 기억하는데 아널드 파머가 한국에 와 서울한양컨트리클럽에서 라운드 한 뒤 “한국에도 이 같은 멋진 코스가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파머의 칭찬은 사실 립서비스였다. 그 당시에도 그는 세계각처에서 의뢰받아 많은 명품골프장을 만든 터였다.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도 몇 차례 한국에 왔었고 그 역시 파머의 코멘트와 다르지 않았다.
이 세상 어느 골프장에서라도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해야 하는 게 프로골퍼다. 파머나 니클라우스 외에 많은 세계적 프로골퍼들과 인터뷰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의 입에서 “이번 대회 코스가 어쩌고저쩌고”란 소리는 단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 프로골퍼는 자신의 기량이나 상대방 플레이에 국한하거나, 굳이 코스에 대해 대답을 강요받는다면 “코스가 어려웠다” 또는 “쉬웠다” 정도에 그쳐야 하는 게 예의다. 프로골퍼가 코스가 짧다고 얘기하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미국 PGA 본부가 있는 플로리다 주 폰트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 코스에서는 매년 제5의 메이저 타이틀이라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TPC)이 열린다. 골프 재력가이자 PGA커미셔너인 딘 비먼이 역사상 최고의 골프코스 설계가란 명성을 얻는 피트 다이를 끌어들여 창조한 ‘프로골프 코스의 표본’ 이다. 이 코스는 전장이 7215야드다. 지난주 필자가 갔던 코스보다도 짧다. 또 매년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전세계 골퍼들의 꿈의 코스라는 오거스타내셔널 코스는 6905야드다.
7600야드 코스는 건설돼도 문제다. 그럴 경우 파4홀 절반 이상이 460야드 안팎, 파5홀은 600야드 안팎으로 길어진다. 세계정상급들이 매년, 한 해에 몇 번씩 찾아와 준다면 몰라도 그들만을 위한 코스로 단장해 기다리는 골프장은 국내에 없다. 거의 매일 내장객이 꽉꽉 들어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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